세계일보

검색

합조단 "함수.절단면 전체 '거즈'로 닦았다"

관련이슈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고

입력 : 2010-05-23 14:22:36 수정 : 2010-05-23 14:22:3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美전문가, 해저 화약성분 검출 어렵다고해 난감"
'1번' 글씨, 잉크성분 분석이 남은 과제
천안함 침몰원인 조사에 나섰던 민.군 합동조사단은 상상력과 집념, 과학수사에 의해 결정적인 물증과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합조단에 참여한 군 관계자는 23일 1개월여간에 걸쳐 이뤄진 원인 규명 과정을 연합뉴스에 자세하게 털어놨다.

◇"함수.절단면 전체를 거즈로 닦아" = 합조단은 함수와 절단면에서 화약성분을 검출하는 작업에 우선적으로 매달렸다. 해저 선체에 묻어 있던 화약성분이 인양과 함께 공기에 노출되면서 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학수사팀의 상당수가 '거즈'를 들고 함수와 연돌(연통), 절단면 전체를 닦아냈다고 한다. 거즈에 묻어 나온 화약성분을 검출하기 위해 구석구석을 빼놓지 않고 닦았다.

폭발 원점 해저에서 수거한 모래와 자갈 등도 이런 방법으로 작업을 했다.

이런 노력 결과 함미를 제외한 함수와 연돌, 해저 모래에서 고농축 폭약성분인 HMX를 '462나노g' 검출했다. 또다른 화약성분인 RDX '69나노g', TNT '11나노g'을 찾아냈다. 이들 화약성분은 어뢰 폭발이 있었다는 정황 자료가 됐다.

◇"분실한 총기 찾으려고 화장실 퍼내는 개념으로 접근" = 조사결과 발표일(20일)이 코 앞인데도 '결정적인 물증'(스모킹 건)이 나오지 않아 합조단은 애를 태웠다.

기대를 모았던 해양조사선 '장목호'와 다목적 해양연구선 '이어도호'의 첨단 해저 스캐너에도 유의미한 증거물이 포착되지 않았다.

이때 군부대 총기분실 사고조사에 경함이 많은 국방부조사본부 요원들이 상상력을 발휘했다. 군부대에서 총기가 분실되면 이를 찾으려고 화장실을 모두 퍼내는 작업을 연상한 것이다. 그래서 해저 바닥을 샅샅이 훑어가는 '쌍끌이' 작업을 구상했다.

합조단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동해와 서해에 각각 추락한 전투기 잔해를 수거한 사례를 떠올리고 공군본부 안전과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공군 측은 당시 전투기 추락 해저 반경 30~40m에서 잔해물 90% 이상을 수거했다면서 부산에 있는 민간업체까지 소개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합조단은 부산의 민간업체 사장과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며 이 업체에서는 쌍끌이 그물코를 5㎜까지 촘촘히 만들어 작업을 시작했다.

◇"미국, 영국 전문가들 해저 화약성분 검출 어렵다" = 미국과 영국 등 다국적 전문가들은 한국이 쌍끌이 그물을 동원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구상하자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대부분 선체구조.시뮬레이션 분야 전문가들인 그들의 눈에는 한국 관계자들의 이런 구상이 원시적으로 비칠 만했다. 특히 이들은 천안함 침몰 해저 수심이 깊고 탁하고 유속이 빨라 금속 파편이 수거되거나 화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해군 측에서도 시범적으로 이뤄진 쌍끌이 작업에서 그물이 모두 찢어지는 사고가 나자 5t짜리 형망어선을 투입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40cm 길이의 갈고리 50개가 5cm 간격으로 달린 형망틀을 이용해 바다 밑에 박혀있는 작은 파편 조각을 긁어 올릴 수 있는 형망어선을 동원하자는 안이었다.

합조단 관계자는 "일부 다국적 전문가들이 절망감을 주는 반응도 나타냈지만 설득하고 이해시켜 쌍끌이 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뢰 추진체 수거현장서 사진 찍고 약식 감식" = 천안함의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결정적인 물증이 된 어뢰추진체는 쌍끌이 어선에서 수거된 즉시 사진 촬영과 함께 길이 측정 등 약식 감식이 이뤄졌다.

당시 어선에는 합조단에 참여한 국방부조사본부 소속 체증팀 2명과 감독과 1명, 선원 등 15명이 타고 있었다.

합조단 관계자는 "증거물 사진은 현장에서 바로 촬영했으며 줄자로 길이를 측정하는 등 현장에서 약식으로 감식했다"며 "현장팀들이 증거물 수집 사실을 평택으로 바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 때부터 정부는 보안 유지를 위해 합조단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를 모두 수거해 외부와의 통신을 차단토록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일 발표일까지 이 증거물을 찾지 못했으면 화약성분과 6개의 알루미늄 금속성분 분석 결과만을 토대로 '어뢰공격 추정'이란 중간조사 형식의 발표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뢰 추진체 씌인 '1번' 글씨 잉크감식 남은 과제" = 어뢰 추진체의 프로펠러 앞부분 부품에 새겨진 '1번'이라는 글씨의 잉크를 감식해 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으로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글씨는 물에 녹지 않는 파란색 사인펜이나 유성펜으로 적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번' 글씨는 결정적인 물증에 속하기 때문에 감식 작업 도중 지워지면 지금까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일단 화공약품을 이용해 잉크가 어느 나라에서 사용되는 것인지를 규명해야 하는데 합조단은 글씨가 지워지지 않는 방법이 있는지를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다.

천안함에 설치된 11개의 CCTV(폐쇄회로TV) 가운데 6개를 복원했던 방법이 동원될 것으로 보이지만 합조단은 굉장히 신중하게 작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천안함 CCTV는 기름과 알루미늄 성분이 뒤섞여 처음엔 복원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청원에 있는 한 업체에서 복원을 마쳤다.

이 업체는 화공약품 처리로 밤샘 작업을 거듭한 끝에 녹화 영상을 복원, 승조원들이 폭발 직전 운동을 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강한나 '사랑스러운 미소'
  • 김성령 '오늘도 예쁨'
  • 이유영 '우아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