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재결집… 한나라 권력중심축으로 재부상
일각 이상득·박근혜와 갈등 증폭 전망도 ‘왕의 남자’가 귀환했다. ‘이명박 정권 2인자’인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재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재기했다. 당의 지원 없이 ‘나홀로’ 선거운동으로 당선된 만큼 그의 정치적 위상은 한층 격상됐다. 그것도 지방선거 참패 여파와 야권 후보 단일화 공세를 뚫고 이룬 전과여서 더욱 빛난다.
그의 당선은 여권 권력 재편의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권력의 중심축이 이 전 위원장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여권의 권력 판도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형님 권력’으로 불리는 이상득(SD) 의원의 2선 후퇴 이후 구심점이 약했던 친이(친이명박)계가 이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결집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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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 이명박 정권 2인자로 불리는 한나라당 이재오 당선자가 28일 재선거에서 승리한 뒤 서울 은평구 불광동 선거사무소 앞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당 기강 확립 과정에서 총리실의 민간인·정치인 사찰 파문의 ‘몸통’으로 지목된 박영준 국무차장 등 권력 사유화 논란에 휩싸인 SD라인 정리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SD의 파워가 여전히 만만찮아 권력재편 과정에서 양측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권 재창출의 ‘도우미’ 역할도 맡을 전망이다. 그는 ‘미래 권력’인 친박(친박근혜)계를 견제하면서 친이계의 차기 대권 구도 형성에 주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킹 메이커’를 자임할 경우 정몽준 전 대표, 정운찬 총리, 김문수 경기지사,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친이계 차기 대권주자들을 내세워 박근혜 전 대표 독주체제에 제동을 걸 공산이 크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럴 경우 계파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 일각에선 세종시 수정안 표결 과정을 거치면서 최고조에 달한 계파 갈등이 자칫 분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론도 나온다. 이 전 위원장이 당내 화합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은 친박계와 각을 세우지 않고 협력체제를 구축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세종시 수정 논란에서 보았듯이 친박계의 협조 없이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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