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기관장 정만기(58)씨를 비롯해 선원 7명은 9일 오후 1시부터 부산 중구 대청동 메리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날 건강검진은 채혈과 방사선검사, 신경정신과, 치과진료 등의 순으로 4시간가량 진행됐다.
조리장 정상현(57)씨는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의료진에게 불면증을 호소했다. 정씨는 “해적들에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했고 감금됐을 때 같은 자세로 오래 지내다 보니 아픈 곳이 많고 환청까지 들려 고통스럽다”고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2등 항해사 최일민(28)씨는 “피랍 당시의 장면이 떠오르는 등 충격에 시달리면서 대부분 밤에 잠을 못자고 있다”면서 “육체적인 고통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 오늘 진료결과를 보고 추후 입원 여부와 치료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적 무함마드 아라이가 휘두른 팔꿈치에 맞아 앞니가 빠지는 부상을 당한 갑판장 김두찬(61)씨는 마스크를 한 채 취재진을 향해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하소연했고, 피랍 당시 폭행과 살해위협에 시달렸던 기관장 정씨도 ‘정말 힘들다’며 연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선원들을 진료한 김찬우 메리놀병원 신경정신과 진료과장은 “선원들이 불안해하면서 집중력도 떨어진 것으로 미뤄 급성 스트레스 장애가 의심된다”면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 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아서 외상후 장애증후군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외상후 장애증후군은 아파트 붕괴와 지하철 화재사고 등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큰 사고를 경험한 사람들에서 나타나는데 참전 군인이나 소방관 등의 직업군에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검진을 받은 선원들은 이날 오후 5시45분 부산발 서울행 KTX편으로 상경, 석해균 선장이 치료를 받고 있는 아주대병원을 방문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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