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지상목 부장판사)는 강모 씨 등 2천500명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전혀 동의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는 각 20만원을, 동의는 했으나 동의 범위를 넘어 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는 1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터넷망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수집하거나,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수집하는 것, 수집 목적에 어긋나게 개인정보를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입자로부터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에 관한 유효한 동의를 받았고 그 범위에서 활용했음을 입증할 책임은 SK브로드밴드에 있는데, SK브로드밴드는 상당수 가입자에 대한 동의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SK브로드밴드가 서비스개통 확인서와 함께 포괄적으로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를 받은 경우에 형식상 유효한 동의 자료라고 볼 수 없고, 서비스개통 확인과 분리해서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관한 유효한 동의자료를 받은 때에도 동의를 받기에 앞서 먼저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동의 당시와 다른 업체에 제공한 때에는 가입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이 빈번한 현실에서 개인정보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과 개인정보 수집·이용 경위 등을 고려하면 SK브로드밴드는 2천500명 가운데 유효한 동의를 한 200여명을 제외하고 2천300여명에게 위자료로 모두 4억여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2008년 9월 SK브로드밴드로 상호를 바꾼 하나로텔레콤은 2006~2007년 자사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50여만명의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 주소, 사용요금 등의 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인 Y사에 제공했고 이 가운데 2만3천여명이 개인정보 도용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날 판결이 선고된 2천500명 외에 2만여명이 낸 소송도 당사자를 분류하는 대로 조만간 판결을 선고할 방침이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고객의 개인정보를 마케팅 등에 활용할 때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관해 고객의 명시적인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용 범위 역시 동의받을 때 고지한 범위 내여야 함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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