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는 5·18묘역 참배 가로막혀
계엄으로 싸늘해진 여론 다독여야
尹心 끊고 5·18 헌법 수록 나서길
무소속 한덕수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의 ‘광주사태’ 발언 논란은 캠프 측 설명대로 “단순 말실수”로 일단락된 듯하다. 본인도 지난 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과 광주시민께 송구스럽다”며 깍듯이 고개 숙였다. 이번 해프닝을 지켜보다가 4년 전 대선의 데자뷔를 느꼈다면 침소봉대하는 것일까.
지난 대선 국민의힘 경선 당시인 2021년 10월19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윤석열 후보는 ‘1일 1실언’이란 비아냥까지 들을 정도로 좌충우돌했는데,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찾은 자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이 꽤 있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처럼)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겠다는 말”이라는 해명에도 비판이 들끓자 21일 오후에서야 “전두환 정권에 고통당하신 분께 송구하다”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그날 캠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이른바 ‘개사과’ 사진은 “실무자 실수”라는 설명에도 논란을 일파만파로 키웠다.

전북 전주 출생인 한 후보의 말실수는 지난 2일 출마선언 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다가 시민단체에 참배가 가로막혀 “나도 호남 사람”이라고 15번이나 외친 이튿날 불거졌으니 참으로 공교롭다. 앞서 윤 전 대통령도 선거운동 기간 두 차례 찾았으나 온전히 참배할 순 없었다. 대선 출마선언 후 국민의힘 입당 전인 2021년 7월 방문해 묘비 앞에서 눈시울까지 붉혔지만, 이듬해 취임 후 첫 국가기념일 행사인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야 다시 제대로 광주 영령의 넋을 달랠 수 있었다.
이번 6·3 대선을 앞두고 보수 후보가 진보세력의 텃밭인 호남권에서 지지세를 확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각종 악재에도 역대 대선 보수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광주 12.72%,·전남 11.44%, 전북 14.42%).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역대 최소인 0.73%포인트 차로 신승을 거둔 주요 요인으로 호남권 선전이 꼽혔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취약한 20대 남성 등 청년층 표심을 결집한 결과였다.
다만 당장은 영광을 재연하기 어려운 분위기임은 분명하다. 이 정부의 국정 2인자였던 한 후보의 참배 무산에서 알 수 있듯 윤 전 대통령이 1980년 신군부의 악몽을 부활시킨 위헌적인 비상계엄으로 탄핵당하는 바람에 보수에 대한 호남 민심은 싸늘하다는 후문이다. 그렇다고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될 수는 없다. 이재명 전 대표가 경선에서 90%에 가까운 득표로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지만,호남권 당심은 상대적으로 약세였다.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투표율이 전체 권역 중 가장 낮았다. 지역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도 대개 60%대다.
정치는 민심을 보듬고 받들면서 공감대를 찾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 나설 보수 후보라면 과감하게 ‘윤심’(尹心)부터 끊어야 호남 민심에 읍소할 명분이라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숙원인 오월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약속하고 민주적 통치와 국민 통합의 기준점으로 내세운다면 개헌을 고리로 세를 확장해 볼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한군 개입설과 같은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무리와는 연을 단절하고, 신군부 잔재 청산에도 보탬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300억원 비자금 은닉 의혹’을 살펴보고 있는 만큼 조속히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도 후보 개인과 캠프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5·18 당시 발포 명령자와 암매장은 여전히 진실 규명이 미흡한데, 국가 차원의 2기 조사위 구성을 요구하는 지역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개혁신당은 지난해 5·18민주묘지에 일일이 국화를 헌화한 데 이어 올해는 당원들의 손편지를 1027기 묘역에 모두 전달했다. 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국민의힘 대표 시절부터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진정성 있는 행보를 꾸준히 보여왔다는 평이다. 정통보수도 배워야 할 대목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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