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군대에서 가장 높은 계급 하면 별 5개를 단 원수(元帥)를 떠올릴 이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는 별이 6개인 장성도 있다. 독립전쟁에서 영국군에 이긴 조지 워싱턴 장군(초대 대통령), 남북전쟁을 북군의 승리로 이끈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18대 대통령), 미국·스페인 전쟁 당시 스페인 해군을 격멸한 조지 듀이 제독,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유럽에 파병된 미군을 이끈 존 퍼싱 장군 4명이 그렇다. 굳이 따지자면 원수보다 높은 ‘대원수’라고 불러야 하겠다. 다만 이는 모두 사후에 추서된 것으로 살아 생전에 별 6개를 단 이는 없다.
독일과 일본을 상대로 한 제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며 미군에선 포상 잔치가 벌어졌다. 미 육군 대장 4명과 해군 대장 4명이 나란히 별 한 개씩을 더 달고 원수로 진급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 바로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 육군 원수다. 1950년 9월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2차대전 참전용사이자 육군 대장인 오마 브래들리 합동참모의장을 원수로 승진시켰다. 별이 4개뿐인 합참의장이 맥아더 원수와 상대하려면 애로가 많을 것임을 감안해 브래들리를 맥아더와 대등한 원수로 만들어 준 것이다.
브래들리를 끝으로 미군에서 원수는 사라졌다.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이라크를 격파하고 쿠웨이트를 해방한 노먼 슈워츠코프 육군 대장을 원수로 진급시키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불발했다. 본인 스스로 ‘그럴 자격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고사했다고 한다. 오늘날 미군은 별 넷 대장이 최고 정점인 지휘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엊그제 육·해·공군 등을 통틀어 총 44명인 대장 정원의 20% 이상 감축을 지시했다. 대장급 보직들 가운데 최소 9자리를 중장 이하로 격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미 육군 대장이 보임돼 온 주한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부 사령관도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경우 미군 대장이 사령관, 한국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고 있는 한미연합사 지휘 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향후 한·미동맹에서 한국군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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