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의정부 화재로 짧은 생을 마감한 미혼모가 6개월이 넘도록 사망신고를 못 하고 있다.
2주간의 화상 투병 끝에 지난 1월 23일 유일한 혈육인 어린 아들만 남기고 만 스물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나미경씨.
의정부 화재사고로 숨진 나미경씨의 아들이 구조돼 소방관의 품에 안겨 있다. |
고인이 사망 직전까지 2년 동안 주민등록이 말소된 채로 살아온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6일 경기도 의정부시와 경기북부아동일시보호소의 말을 종합하면 나씨는 입양됐다가 파양되는 일을 두 번이나 겪었다.
가장 최근인 2013년에는 법원에서 '친생자 부존재 확인'을 받으면서 가족관계등록부가 폐쇄됐다. 친생자 부존재 확인이란 말 그대로 친자식이 아니라는 증명이다.
그때부터 나씨는 2년이나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없는' 존재로 지내왔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10일 화마에 나씨는 결국 숨졌고 아들만 살아남았다. 아버지는 물론이고 친·인척이 아무도 없어 이제 고아마저 '대물림'됐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에 더해 나씨의 주민등록증은 말소됐지만 2011년 태어난 아들의 가족관계등록부엔 나씨가 아직 올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사망신고가 안 돼 나군에겐 친어머니가 법적으로 '살아있는' 존재인 셈이다.
이 때문에 시와 보호소는 애를 먹고 있다.
사망신고를 하려면 나씨의 주민등록을 다시 살려야 하고 그러자면 출생신고부터 해야 하는데 당사자가 사망한 뒤라 그 어떤 절차도 밟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나군의 입양 절차 등을 진행할 때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얼마 전 나군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성금 1억3천여만원을 신탁할 때도 번거로움이 있었다.
서류상으론 친어머니가 살아있는 아이의 후견인을 지정하는 모양새가 돼, 의료기관의 사망진단서를 첨부해야했다.
시 관계자는 "사망신고를 하기 전에 출생신고부터 다시 해야하는데 당사자가 이미 사망한 상황"이라면서 "전국적으로도 이런 사례가 드물어 행정·법적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나군은 입양 가정을 찾고 있으나 과정이 순탄치 않다.
입양을 원하는 가정이 없는 것은 아니나 나씨의 지인들이 경기도에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지인들은 어머니가 파양을 두 차례나 당한 경험이 있다 보니 입양에 신중하다. 이들은 나군을 시설로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호소 측은 우선 입양 절차 진행을 중지하고 나군의 최장 보호 기간인 6개월에서 3개월을 특별 연장했다.
홀로 남겨진 나군은 올 연말이면 다섯살 생일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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