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야근… 상명하복… 기업문화 '골병' / 상의·맥킨지, 국내 100곳 조사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37) 과장은 일주일에 2∼3일 야근을 한다. 야근을 하지 않는 날은 팀장 또는 임원의 술자리에 동석해 ‘술상무’를 한다. 기다리던 주말은 회사 및 협력사 행사 등에 ‘얼굴 도장’ 찍거나 회사 ‘높은 분’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평일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낸다. 김 과장은 “올해로 직장생활 10년차인데 아직도 회사가 하라는 대로 움직이는 말못하는 ‘로봇’”이라며 “회사일에 쫓기고 개인 시간이 없어 아직도 결혼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기업들이 병들고 있다. 잦은 야근과 상명하복식 업무지시, 비효율적 회의 등 국내 기업들의 조직문화가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뉴 노멀’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기업에 뒤처진 후진적인 조직문화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와 공동으로 지난해 6월부터 9개월간 국내 기업 100개사, 임직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조직건강도 검진 결과 국내 기업의 조직건강은 글로벌기업에 견줘 약체였다. 조직건강도 진단은 맥킨지 조직건강도(OHI : Organizational Health Index) 분석기법을 활용했다. 리더십, 업무시스템, 혁신분위기, 책임소재 등 조직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사항을 평가·점수화해 글로벌 1800개사와 비교했다.
조사대상 100개사 중 글로벌 기업보다 약체인 기업은 최하위수준 52개사를 포함해 77개사였다. 중견기업은 91.3가 하위수준으로 평가돼 조직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반면 상위수준으로 진단을 받은 기업은 최상위 수준 10개사를 포함해 23개사에 그쳤다.
세부영역별 진단 결과를 보면 △리더십 △조율과 통제(시스템) △역량 △외부 지향성 등 4개 영역이 취약했고 △책임소재 △동기부여 등 2개 항목은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상의와 맥킨지는 한국형 기업문화도 심층진단했다. 직장인 4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기업문화 실태 진단’에서 직장인들은 ‘습관화된 야근’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야근 회의 보고 등 한국 고유의 기업문화에 대한 호감 여부를 조사한 결과 ‘습관적 야근’이 3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야근의 단초를 제공하는 △비효율적 회의(39점) △과도한 보고(41점) △소통 없는 일방적 업무지시(55점)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한상의는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사업 원칙 확립, 업무지시 및 피드백 적합화, 업무배분 원칙 확립을 주문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 기업의 조직엔진이 매우 낡고 비과학적이며 글로벌기업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사회적 신뢰 확보를 위해 피처폰급 기업운영 소프트웨어를 최신 스마트폰급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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