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음주로 간손상·간기능 저하로 알코올 분해효소 활성도 낮아져”
평소에 술을 마셔도 얼굴색에 변화가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안면홍조 증상이 생겼다면 술을 끊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람은 고혈압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지속적인 음주로 인해 간이 손상되거나 간 기능이 떨어지면서 알코올 분해효소의 활성도가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의료경영학과 장석용 교수 연구팀은 알코올성 안면홍조와 고혈압 사이에 이 같은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3일 밝혔다.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체내에서 알코올 분해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 ‘아세트산’으로 바뀌는 대사 과정을 거친다. 이런 대사 과정 중 분해효소의 활성이 떨어지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체내에 축적되고 안면홍조로 이어진다.
음주로 인한 안면홍조는 분해효소의 유전적 결핍이 많은 한국, 일본, 중국인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한 연구에서는 한국인의 30%, 일본·중국인의 40% 정도가 이런 유전적 소인을 가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2019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11만8129명(남 5만1047명, 여 6만7082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분석 대상자를 ▲비음주 ▲비홍조 ▲홍조 ▲비홍조→홍조 ▲홍조→비홍조 5개 그룹으로 각각 나눠 고혈압과의 연관성을 살폈다.
그 결과, 음주 후에도 얼굴색에 변화가 없었다가 어느 시점부터 안면홍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경우의 고혈압 발생 위험은 비음주군의 1.42배로 추산됐다.
특히 1주일 음주량이 소주 2∼3병에 해당하면서 안면홍조가 뒤늦게 나타난 사람의 고혈압 발생 위험은 비음주군의 2.02배로 높아졌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지속적인 음주에 의한 간 손상이나 간 기능의 저하로 알코올 분해효소의 활성도가 떨어지면서 없었던 안면홍조가 생길 수 있다고 추정했다.
장석용 교수는 “기존에 음주로 인한 안면홍조와 고혈압의 연관성이 확인됐지만, 뒤늦게 안면홍조 증상이 나타난 사람의 고혈압 위험도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없었던 알코올성 안면홍조가 생긴 경우 고혈압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주나 절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 고혈압 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Hypertension) 최근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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