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사회지도층 인사의 비리에 대해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잇달아 선고했다. 이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는 신분에 상응하는 준법정신과 엄격한 책임이 요구된다는 법원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8단독 이정권 판사는 22일 대학 총동문회장으로 재임하며 동문회비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약식 기소됐다 정식재판에 회부된 상명대학교 이사장 부인 김모(53) 교수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수직에 있는 자로서 타의 모범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횡령 금액이 큰 데다 이 중 상당 금액을 개인 용도로 사용해 재학생과 교수를 비롯한 피해 단체 구성원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범행이 드러난 후에도 학내 구성원들에게 관련 자료를 제출해 해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피고로 인해 학내 구성원들이 대립관계에 놓이게 됐는데 이를 다시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1995년부터 2007년 10월까지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이 대학 총동문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신입생 등록금에 포함돼 징수되는 입회비와 졸업생들이 지로로 납부하는 연회비, 발전기금, 평생회비 등 총동문회비를 개인계좌로 빼돌리는 방법으로 24차례에 걸쳐 모두 2억8600여만원을 유용해 신용카드 대금 등 개인생활비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교수는 일주일 내에 항소하지 않으면 형이 확정돼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수 자격이 박탈되며 집행유예기간 종료 후 2년 동안은 재임용될 수 없다.
검찰은 앞서 김 교수가 현직 교수인 점을 들어 3000만원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동료 교수들이 처벌이 약하다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자 담당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부산지법 제4형사단독 박준용 판사는 이날 술에 취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항공 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위반)로 약식기소됐다가 정식재판에 회부된 태광실업 박연차(62) 회장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또 박씨에게 당시 탑승자에게 사죄하는 의미에서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비행기 이륙을 위해 자세를 바로 해 달라는 승무원들의 요청을 수차례 거절하고 경고장을 찢어버리는가 하면 심한 욕설과 폭언을 하는 등 소란의 정도가 매우 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씨는 언론보도로 기내 난동 행위가 알려진 뒤 보도자료를 내 유감을 표시했지만, 피해 당사자인 당시 승무원과 127명의 탑승객에게는 사죄하지 않았다”며 “이들의 피해에 상응하는 조치로 사회봉사를 명한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이던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김해발 서울행 대한항공 1104편에 탔다가 이륙준비를 위해 좌석 등받이를 세워 달라는 승무원의 요구와 기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소란을 피워 비행기 출발을 1시간 정도 지연시킨 혐의로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가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당시 재판부는 “항공기 출발을 1시간가량 지연시킨 행위는 약식기소로 처리할 만큼 가벼운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정식재판에 넘겼지만 검찰은 지난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씨에 대해 약식기소와 같은 벌금 1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김정필 기자, 부산=전상후 기자
fermat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