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베네수엘라·가이아나 분쟁

관련이슈 설왕설래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4-20 23:42:26 수정 : 2025-04-20 23:42:25

인쇄 메일 url 공유 - +

카리브해 연안의 베네수엘라와 이웃 가이아나의 영토 분쟁은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다툼과 여러모로 닮았다. 베네수엘라는 1830년 독립 이래 현재 가이아나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에세키보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1899년 국제중재법원이 당시 에세키보를 점유한 영국령 가이아나의 손을 들어줬으나 베네수엘라는 1950년대 들어 이 판결이 제국주의의 강압적 결정이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는 1966년 제네바 협정을 맺고 국경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베네수엘라는 협정 체결로 국제중재법원의 판결은 무효라는 입장이다. 이라크는 1961년 이웃인 쿠웨이트가 영국에서 독립하자마자 영유권을 주장했다. 쿠웨이트 왕조가 1852년 오스만 제국 바스라주(州·현재는 이라크 남부)의 한 지방으로 편입됐다는 이유에서다.

베네수엘라와 이라크의 영유권 주장 이면엔 ‘검은 황금’ 석유를 노린 야욕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에세키보 인근 카리브해에서 2015년 거대 유전이 발견되면서 미국의 석유 재벌 엑손모빌을 중심으로 탐사·개발이 한창이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재직 당시 쿠웨이트를 상대로 국경 지대의 루마일라 유전을 이라크 영토로 인정할 것 등을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1990년 8월 침공해 점령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도 침략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2023년 12월 에세키보 지역에 ‘과야나 에세키바’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국민투표를 통과시킨 데 이어 다음 달에는 지역 주지사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까지 치를 예정이다. 지난 2월 발효된 가이아나와의 항공협정을 통해 남미 항공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한 우리로선 예의 주시해야 할 사태다.

이번 사태가 미국 중심의 다국적군 개입까지 부른 이라크·쿠웨이트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중재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미·중 대리전으로 비화할 공산마저 보인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가이아나 또는 엑손모빌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면 끝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력 동원 가능성까지 언급했고, 이에 가이아나 주재 중국 대사대리는 지난 16일 제네바 협정 원칙 준수를 강조했다.


황계식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지연 '청순 볼하트'
  • 김지연 '청순 볼하트'
  • 공효진 '봄 여신'
  • 나연 '사랑스러운 꽃받침'
  • 있지 리아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