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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尹의 퇴장과 韓·日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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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0 23:42:20 수정 : 2025-04-20 23: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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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주장했던 ‘물잔의 나머지 반’
日 성의 있는 호응 보이지 않아
尹 탄핵 뒤 양국 관계도 안갯속
6월 출범 새 정부 태도에 촉각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은 일본에서도 관심이 지대했다. 부임 직후 어느 모임에서 ‘도쿄로 오기 전 정치부에 속해 있었다’고 소개하자 뒤풀이 자리에선 비상계엄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과연 탄핵소추안이 인용될 것 같은지, 헌법재판소 결정은 왜 늦어지는지 질문이 쏟아졌다. 선고일이었던 이달 4일엔 각 언론사가 홈페이지 상단에 속보란을 만들어 두고 실시간으로 뉴스를 전해주고 있었다.

이 같은 관심의 근저는 윤 전 대통령 집권 기간 한·일 관계가 개선됐다는 데 있어 보였다. 심지어 몇몇 대목에선 그가 정치적 위기를 자초해 일본이 아쉬워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유태영 도쿄특파원

월간 문예춘추 4월호에 실린 특별대담이 그랬다. 제목부터 ‘윤 대통령을 옹호한다’였다. 대담자로 나선 다케다 료타 전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식 전날 그의 면전에서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정권이 바뀌어도 2015년 양국이 합의로 맺은 약속(위안부 합의)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일·한 관계를 생각하면, 윤 대통령이 복귀하기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파면 결정이 나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에는 대통령이 바뀌면 한국과 다시 불편해질 수 있는 불안감이 있다”며 한국 정치인들에게 “한·일 관계 정상화라는 큰 흐름을 견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자민당 마쓰카와 루이 참의원(상원) 의원은 최근 도쿄에서 열린 한·일 경제협력포럼 영상 축사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를 염두에 둔 듯 “양국 관계가 전후 최악이던 시기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용감한 리더십으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2023년 3월 윤석열정부가 이른바 ‘제3자 해법’을 내놓은 후 양국 관계가 호전된 것은 사실이다. 셔틀외교가 재개되고 각급 교류가 활발해졌다.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를 바라던 미국도 내심 흡족해했다는 것은 3자 해법 제시 직후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한 사실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물잔의 나머지 절반’을 채워줄 것이라던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은 과연 어떠했나. 조선인 노동자 동원의 ‘강제성’ 등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강화한 교과서 검정과 외교청서 등 일련의 행보를 보면 일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25년 외교청서는 강제동원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두고 “원고 측 노동자 21명에 대해서는 한국 재단에 의한 지급이 이뤄졌고,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소송에서도 판결금과 지연 이자는 한국 재단이 지급할 예정임을 한국 정부가 표명했다”고 서술해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를 견지했다.

일본은 최근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영토·주권 전시관을 새로 꾸몄다. 독도 등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젊은 층에게 더 호소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재개관 이튿날인 19일 전시관에 가 봤더니, 바닥과 좌·우·정면 벽, 천정까지 5개면을 활용해 3D 입체 영상을 보여주는 ‘몰입형 극장’에서는 괭이갈매기가 날아다니는 동도와 서도의 모습을 공중과 수중에서 유영하듯 볼 수 있었다. 검정 교과서로 역사와 지리를 배운 일본인이 이곳에 온다면 ‘한국의 불법 점거로 이런 천혜의 자연을 빼앗기고 있다’고 여길 법했다. 다른 전시물의 설명은 일어, 영어 말고도 한국어로 볼 수 있게 해 놔 기분이 더욱 착잡했다.

한·일 정치인과 관료들은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가 더 발전하는 계기로 삼자고 말한다. 그런데 올해는 을사늑약 120주년이자 일본이 독도를 시마네현에 강제로 편입한 지 1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또 넉 달 후면 광복과 종전 80주년이다. 한·일 간에 놓인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관계’ 투 트랙을 6월에 뽑힐 새 대통령은 어떻게 다룰지, ‘제국주의 과거사’에 일본은 과연 어떤 태도로 임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유태영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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