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교수는 17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희망론에 대해 네 가지 반박논리를 폈다.
우울한 경제지표는 미 경제가 아직 터널을 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근거다.
크루그먼 교수는 상황이 아직도 악화하고 있다며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산업생산, 주택 압류 증가 등을 꼽았다.
FRB가 지난 15일 발표한 3월 산업생산지수는 97.4(2002년=100)를 기록해 전월에 비해 1.5% 하락하고 1년 전보다는 12.8% 떨어졌다.
그는 일부 지표가 개선되는 것에 대해 “경제가 나빠지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두 번째 이유는 믿기 힘든 금융권 실적 발표다.
최근 웰스파고나 골드만삭스 등 금융권의 실적이 예상보다 괜찮은 것으로 발표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소식이 있지만 크루그먼은 이 역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투자은행에서 금융지주회사로 바뀌면서 분기의 기준이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실적이 나쁜 작년 12월분이 누락되는 등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 번째로 상업용 부동산 부실 등 아직 많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연체율은 작년 9월보다 배 이상 높은 1.8%에 이른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금융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추가 금융위기를 경고하기도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930년대 대공황 때도 경제가 잠시 휴지기를 가진 뒤 다시 절벽으로 곤두박질쳤다”면서 “일본과 동유럽 경제도 얼마나 나빠질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경기 침체가 지났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전례로 볼 때 경기침체가 끝난 뒤에도 실업률은 한동안 상승세를 지속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실업률은 최소한 2010년까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경기 하강기에 성급하게 낙관적 전망을 내놓아 경기회복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실수가 있었다”면서 정부에 일관된 정책을 펼 것을 주문하고, 경기회복이 알을 깨고 나와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방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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