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는 전날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독대해 “한나라당의 선거 패배에 대해 제가 책임이 있는 것 같아 송구스럽다”며 “제 거취가 정국을 수습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편하게 생각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총리실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책임져야 한다면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 총리가 이 대통령과 민심 수습책을 논의하면서 사의의 뜻을 밝혔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을 만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었다고 확인해줬다”며 공식부인했다. 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전날 정 총리를 청와대로 불러 ‘내각은 흔들리지 말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거취는 세종시 수정안 처리, 여권 개편과 맞물려 있어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세종시 총리’로 불리는 정 총리가 물러날 움직임을 보이면 당장 세종시 수정안 포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여전히 세종시 수정 가능성을 엿보는 이 대통령으로선 부담이다. 끝내 세종시 수정이 무산되면 그 후폭풍을 ‘총리 교체 카드’로 차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당·정·청 ‘빅3’ 중 총리 자리는 대통령실장, 한나라당 대표와 달리 국회 인사청문회 등 후임 인선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웬만하면 그대로 가고 싶은 게 청와대 속내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