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화두 제시” vs “난데없는 주장”=통일세가 화두로 제시된 시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통일이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되는 게 아니고 소요 비용이 천문학적인 만큼, 사전 준비 차원에서 올바른 문제의식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경제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통일 기반 형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된 시점에서 ‘통일 이후’를 준비하자는 제의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이후 천안함 사건 대응조치로 남북 간 교역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인도적 지원 역시 ‘취약계층 대상’으로 한정됐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북 쌀·비료 지원도 중단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990년대 초반 남북협력기금을 만들 때 ‘통일기금’으로 이름 붙였다가 ‘남북협력도 잘 안 되는 판에 통일기금이라는 용어는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이 제기돼 명칭을 ‘남북협력기금’으로 바꿨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남북 간 협력의 다리가 모두 끊어진 상태인데 통일세를 준비하자는 것은 난데없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통일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통일세 논의가 설익은 상태에서 시행되면 국민의 조세 저항과 통일에 대한 거부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유관부처, 학자, 전문가, 국회 등 각계와 협의하는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꽉 막힌 남북관계 풀 터닝포인트 될까=이번 통일세 검토 제안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나온 만큼 일종의 대북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년간 광복절 축사에서 해마다 북한에 대화 제의를 던져왔다. 하지만 이번 경축사에서는 대화와 관련된 언급이 빠진 채 ‘북한의 결단’을 요구하는 한편 통일세 등 통일에 대비한 현실적 방안을 제안했다. 대북 강경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북한 역시 통일세 화두에 대해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태에서 갑작스레 ‘통일 이후’를 준비하자는 것은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음을 가정한 걸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북측은 악의에 찬 대남 비난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9월 북한의 당대표자회와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 남북관계가 변화할 계기가 있다”면서도 “이번 통일세 제안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만큼 참신하고 전향적인 제안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평가했다.
조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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