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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들 “명승고적 팝니다”

입력 : 2011-02-11 00:08:54 수정 : 2011-02-11 00: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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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해소 자구책…英 ‘셔우드 숲’ 매각계획 유럽의 주요 문화 유산·유적지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정부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유 부동산과 유적을 대거 매매·임대하기 때문이다.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잉글랜드의 셔우드 숲을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셔우드 숲은 의적 로빈후드와 그 일당이 노팅햄 군주의 횡포에 맞서 활약했던 곳이다. 영국인에게는 막연한 향수가 서려 있으며 지금까지 국립공원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영화 해리포터의 촬영이 이뤄진 글로서터셔의 딘 숲도 매물로 나왔다.

◇셔우드 숲                                                              ◇마린 호텔
영국 정부는 아예 국가산림위원회(SFC)가 소유한 국유림 매각을 쉽게 하기 위해 법개정까지 서두르고 있다. SFC 소유림은 잉글랜드 전체 숲의 약 18%로, 가치가 11억달러(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콩코드 광장 중심부에 위치한 마린 호텔이 시장에 나왔다. 마린 호텔 앞마당은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당한 역사적인 곳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곳을 해군본부로 사용하고 있으나 2014년 이후 60∼80년 장기 임대할 재력가를 찾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내놓은 이 같은 매매·임대 물건은 1700건에 달한다.

이탈리아 정부도 소유 부동산에 잇달아 ‘매물’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매물 목록엔 감옥, 군부대 막사, 산호섬, 고성 등이 총망라돼 있다. 시장에 나온 국유 부동산 물건은 전국에 1만2000개 이상을 헤아린다고 LAT가 전했다.

주요 정부가 문화 유산을 앞다퉈 매물로 내놓자 곳곳에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해당지역 주민은 정부가 서민의 공유재산을 빼앗아 돈 많은 개발자와 탐욕스러운 회사에 팔아넘긴다며 들고일어섰다.

딘 숲 주민 3000여명은 최근 매각반대 시위를 벌였다. 알랭 쥐페 프랑스 국방장관은 “마린 호텔은 반드시 문화적이고 지적인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면서 “그곳에서 미인대회나 열리는 걸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공유지가 골프장이나 리조트 등으로 개발되는 것에 대해 우려가 높다. 또한 재정 압박이 심한 정부가 문화·자연 유산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상황도 지적된다. 비평가들은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영혼이 희생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입장은 반대다. 당국자들은 “산림이나 유적지 매각·임대가 반드시 재개발과 파괴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며 “사유화된 뒤 오히려 관광과 시민 여가에 적극 활용되는 일도 많다”며 항변하고 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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