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대구시 수성구 대구 스타디움에는 값비싼 식당만이 하나 있을 뿐이다. 매일 똑같은 메뉴에 값이 비싸다보니 각국의 취재진들은 점심과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데 큰 애로를 겪고 있다. 경기장 인근에는 식당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내신기자들보다 외신기자들의 불만이 오히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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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 선임기자 |
언론생활 30년을 했다고 밝힌 손 국장의 이유는 이렇다. 컵라면을 먹는 모습이 외국기자들에게 보기가 안 좋다는 것이다. 더구나 외국인이 싫어하는 김치 냄새는 아예 풍기지 말라고도 했다. 이런 황당한 요구에 컵라면을 먹던 기자들은 “시간에 쫓겨서 먹는 컵라면을 도대체 어디서 먹어야 하느냐”며 항의했다.
하지만 오후 6시 정도만 되면 MPC 입구 테이블에는 외신기자들도 어김없이 매점에서 구입한 컵라면을 들고 온다. 때로는 김치도 구해온다. 그들도 끼니를 해결할 방법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공동 작업장에서 컵라면을 먹는 게 다반사다. 일에 열중하느라 시간에 쫓겨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그들의 분주한 모습이 더 멋져보인다.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무조건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컵라면 취식을 금지하는 것은 사대주의적인 발상에 다름아니다. 조직위 고위간부가 일방통행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사고에 빠져 있기에 대회기간 동안 조직위는 각종 문제점을 속속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컵라면과 김치는 이제 글로벌한 음식이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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