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치무대 퇴장 이후 권력투쟁도 예견했다. “북한 내 해외 비즈니스·정치 사회에 접근할 수 있는 관료와 접근성을 가지지 못한 군·무력집단 간 충돌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자 간 싸움에서 ‘해외파의 승리’까지 점쳤다. 매우 구체적이며 단정적인 분석이다.
한국의 흡수통일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통일단계에 접어들면 북한이 한국의 통제에 들어갈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감시 아래 북한 임시정부가 세워지고 북한군의 무장해제와 경제 현대화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체제의 내구력이 바닥 상태임을 러시아가 간파한 셈이다.
각종 지표를 보면 분명해진다. 남북한 경제력 차는 30배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우리가 1조달러인 반면 북한은 280억달러에 불과했다. 중국 남성과 탈북 여성 사이에 태어났거나 탈북 과정에서 부모를 잃은 ‘무국적 탈북 고아’가 10만명에 달한다는 암울한 보도도 나왔다. 국가 기능 마비증세가 따로 없다.
김일성은 생전에 “공산주의 붕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 공산국가들은 다 망했고 이제 북한만 남았다. 그나마 북은 핵과 미사일로 간신히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니 IMEMO보고서가 제대로 짚은 것이다. 평양 지도부가 보고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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