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군 골프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가 나간 뒤 한 예비역 군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해군 평택 골프장을 18홀 규모로 증설하는 사업을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기사는 골프장 건설 자체를 문제삼은 게 아니다.
공군은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를 명분으로 주변 농민들에게 땅을 매입한 뒤 은근슬쩍 그 땅에 332억원을 들여 골프장을 짓겠다며 혈세를 타냈다. 올해 국방부의 복지기금 시설 예산을 보면 장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골프장·콘도 확보 사업 비중이 91%를 넘었다. 정작 중요한 병사의 몫은 8.7%에 그쳤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해명하면서 복지기금이 아닌 일반예산에서 병사들이 이용하는 냉온수기 설치사업에 77억원, 매점 개선사업 50억원, 상해보험 지원 등 병사 복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밝혔다. 골프장과 먹는 물 지원 같은 의식주 복지를 어떻게 같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안 심의에서 “특히 후방지역에 위치한 군부대는 9홀 골프장도 있어야 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유사시에 대비해 간부들이 항상 (부대에) 있어야 되는 것이 군의 통례적 관습이자 오래된 습성”이라고 답했다.
국방개혁이 군의 최우선 과제가 된 지 오래지만, 군 간부가 골프장에서라도 대기해야 한다는 식의 통례적 관습이 바뀌지 않는 한 개혁은 요원해 보인다.
개혁은 기존 인식이나 관습을 깨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 국방장관이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국방개혁법안이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방개혁이 임진년 용두사미로 끝나고, 그들만의 골프장 사랑만 계속될까 우려된다.
조병욱 외교안보부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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