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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구타에도…"낙인 찍힐까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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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2-22 08:32:16 수정 : 2012-02-22 08: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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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따까리’였다. 3학년 선배의 속옷 빨래에서 청소, 도복 손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내 몫이다. 한겨울 기상시간은 오전 6시지만 1학년들은 5시10분에 일어나 맨몸으로 담당 선배의 도복을 입는다. 땀에 절어 밤새 얼어붙은 도복의 냉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지만 참아야 한다. 한참 후 도착한 선배에게 도복을 입혀 준다. “수고했어.” 다행히 선배 표정이 나쁘지 않다. 오늘은 맞을 일 없겠지. 괜히 대들었다간 흠씬 두들겨맞고 ‘왕따’가 된다. 그때까지만 참자.’ (유도선수 이모씨의 중학교 시절 회상)

2008년 3월, 지방 모 체육대학 학생 강모(당시 19세)군이 신입생 훈련을 받다 쓰러져 20여일 만에 숨졌다. 사인은 심한 격막 손상에 의한 뇌출혈. 강군의 허벅지에는 검붉은 피멍 자국이 선명했다. 잔인한 폭력에 세상은 경악했지만 폭력의 ‘생명력’은 질겼다. 3년 후인 2011년 4월 같은 학교 한 학과 07∼11학번 후배 106명 전원이 3시간 동안 각목이 부러질 정도로 심하게 구타 당하는 사건이 터졌다. 폭력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이씨는 “이 정도 가지고 놀라는 게 더 놀랍다”고 말한다. 대학 운동부에선 일상적 수준의 폭력이라는 것이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대학 운동선수 643명 중 577명(87.9%)이 구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 취재팀이 최근 대학 운동부, 체육 관련 학과 졸업생 1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조직에서 대물림되는 폭력의 논리’를 집중 추적했더니 이들은 한결같이 운동부 폭력을 없애는 데 부정적이었다. 오히려 “요새 터치를 안 하니까 후배들 버릇이 없어진다”(4학년 유도선수 A씨), “선배가 기강을 잡아야 질서가 유지된다”(태권도학과 졸업생 B씨)고 말했다.

폭력문화는 비단 대학 운동부에 한정된 일이 아니다. 학교 외에 가정, 직장, 군대에서도 유형은 조금 다르지만 폭력은 독버섯처럼 기생하고 있었다. 더 교묘하고 은밀하게 대물림했다.

게임이론(인간행동 분석기법) 틀로 보면, 운동부는 주어진 게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배들은 ‘본보기로’ 후배들을 때리고 후배들은 침묵한다. 한번 낙인찍히면 조직 내에서 설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운동 말고는 해본 게 없어 순응하게 된다. 인권위 조사에서 운동부 폭력 피해자의 대다수(84.6%)가 “그냥 참았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앙대 박찬희 교수(경영학)는 21일 “운동선수들은 운동 역량과 팀워크라는 상충된 가치를 추구하고, 선후배 서열이라는 모순적 가치가 더해진다”며 “존경이나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싶은 선배의 심리가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유태영·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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