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권단, 법정관리인 회생안 택했다
일각 “보이지 않는 손 작용” 의혹 제기
우리은행 “회계법인 자료 본적 없다” 우리은행이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 사업 시공권과 관련해 이정배 전 대표 측이 제출한 회생계획안보다 공사비가 700억원이 더 들어가고, 분양수익 전망도 2400억원이나 적은 법정관리인 측 계획안을 사실상 지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배경을 놓고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안진회계법인과 삼덕회계법인은 법원에 법정관리인 측과 이 전 대표 측이 산정한 회생계획안을 비교 검토한 ‘회생계획안에 대한 청산가치 보장 여부 및 수행가능성 검토’ 보고서를 제출했다.
세계일보가 단독 입수한 이 자료에는 김광준 현 파이시티·파이랜드 법정관리인 측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의 공사원가는 5189억원인 반면, 이 전 대표 측이 제출한 계획안은 4493억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수사 초기부터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배경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목이다. 당시 파이시티 개발사업에 관여한 인물들은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건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2010년 초까지만 해도 포스코건설은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파이시티에 근무한 한 영업직원은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현대엠코, 롯데건설은 언급됐지만 포스코건설은 없었다”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2010년 7월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더니, 8월 파이시티에 대한 파산신청을 냈다. 이 전 대표는 회생계획안 제출 전날인 2011년 12월1일 지인에게 “내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으로 될 가능성은 0.1%도 없다. 결과적으로 미리 짜인 시나리오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선택한 대로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채택했다. 일반채권자들은 반대했으나, 의결권에서 밀려났다. 이 과정에서 L사 대표가 “영포라인과 청와대가 사업권을 찬탈하려 한다”고 외치는 소동이 빚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제출한 자료는 본 적이 없다”면서 “회생계획은 의결권자들이 판단을 하고 법원이 내린 결정”이라고만 언급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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