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율·이동조 딱 한번 소개 후 수표 입금”… 총 1억∼2억 받은 듯
검찰은 2008년 1월 박 전 차관 ‘집값’ 명목으로 브로커 이씨에게 건네진 10억원은 박 전 차관 혐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내가 받을 돈”이었다고 주장한 이씨가 이 돈을 두 아들 전세자금 등으로 쓴 사실을 확인한 탓이다. 검찰은 2005∼2006년 서울시장 정무보좌역이던 박 전 차관이 이 전 대표에게 서울시 공무원들을 소개해준 뒤에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당시 공무원들에게 어떤 얘기를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이 전 대표가 “이씨가 ‘공무원을 소개한 박 전 차관에게 준다’며 수천만원씩 3∼4차례 받아갔다”고 진술한 때문인데, 이 전 대표 진술 중 박 전 차관의 금품 수수와 대가성이 명확한 건 이 부분이 사실상 유일하다.
브로커 이씨가 2007년 5월∼2008년 5월 받아간 11억5000만원 중 일부가 박 전 차관에게 건네진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을 공산도 있다. 박 전 차관이 이씨와 이동조 회장을 소개한 시기와 비슷한 탓에 2000만원 수표가 여기서 나왔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검찰은 안면이 없던 두 사람을 박 전 차관이 단 한 차례 소개한 후 거액의 수표가 입금된 사실을 이번 사건의 중요한 단서로 보고 있다.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측 자금을 세탁한 정황이 나온 만큼 제2, 제3의 ‘검은 거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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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의혹으로 2일 대검찰청에 소환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박 전 차관이 SLS그룹으로부터 접대받은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검찰은 박 전 차관에게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하려면 박 전 차관이 공무원일 때 금품을 받은 사실 외에도, 해당 공무원 업무가 인허가와 연관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혐의 적용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알선수재 혐의 공소시효가 5년이라는 점인데,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2007년 5월 이전의 금품 수수사실은 혐의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검찰은 ‘같은 구성요건의 범죄라면 최종 범죄행위 종료 때부터 공소시효를 진행’하는 포괄일죄(包括一罪)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07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게 전화해 파이시티 사업 진행상황을 ‘체크’한 것도 확인됐다. 특히 검찰은 박 전 차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있던 2009년 이후 금품 수수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시티는 2009년 11월 인허가가 났다. 결국 ‘박 전 차관이 2005년 이후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1억∼2억원을 받고 서울시 공무원 등에게 인허가 관련 청탁을 지속적으로 했다’는 게 범죄 혐의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재영·이유진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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