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리수이시 쑤이창현은 문명의 손길이 비교적 닿지 않아 자연의 숨결이 보존된 곳이다. 천혜경관과 함께 순박하고 푸근한 고향의 정서가 어우러진 정의 고장이기도 하다.
잉파공항에서 4시간여 버스로 이동하면 리수이시 쑤이창현에 다다른다. 저장성 서남부에 위치한 쑤이창현은 전당강과 오강의 발원지로 자연경관과 인문풍경이 풍부하다. 생태보호지역으로 외지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지 않아 신비로운 호기심으로 다가온다.
쑤이창현을 마주하는 첫 느낌은 중국이 주는 이미지대로 크고 웅장함이다. 쑤이창현 남쪽 안구향 계양림장에 위치한 신룡곡(神龙谷)은 해발 830~·1516m, 상대낙차 400~600m, 산 경사도가 60도에 이르는 험준한 산악지대다. 이중 낙차 300여m의 신룡비폭은 바위 절벽에 걸린 폭포의 흰 물줄기가 마치 한 마리 용이 산의 계곡을 따라 오르는 형상과 같다고 하여 이름 지어졌다.
저장성 쑤이창현 서남부 약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남첨암은 유네스코와 중국 민속촬영협회가 공동 지정한 국제민속촬영창작기지로 저장성 최초 생태여행시범구이자 문명풍경여행구역의 수려한 삼림자원을 자랑한다. 특히 공기가 맑고 신선해 음이온 함량이 국제기준치의 7배에 달하는 청량지역으로 한 모금 공기를 머금으면 찌든 피로가 씻겨가는 기분이다.
남첨암 산자락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약 4만평에 달하는 고산 계단식 논밭이 펼쳐져 있어 독특한 경관을 이룬다. 계단식 논밭 곳곳에 황토로 지은 독특한 가옥구조의 집들로 마을이 이뤄져 있다.
천불산 미륵불도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다. 천불산은 쑤이창현에서 약 30km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해발 300m 높이, 하늘과 맞닿은 산자락에 위치한 미륵불이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천불산이라는 이름조차 청나라 광서저 때 ‘산 위에 기이한 바위가 있어 천존 불상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지어졌다.
산 위 20여 미터의 암석을 조각한 미륵불은 계곡 아래 지어진 사찰 ‘미래사’를 내려다본다. 자연에 인간의 손길을 가미한 미륵불이 먼 발치에서 뿜어내는 온화한 미소는 불자가 아니더라도 평온한 여유를 준다.
쑤이창현의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민심도 마음을 끌어당긴다. 남첨암에서 내려다 보이는 다랭이 논 한 가운데 있는 마을 반령촌(半岭村)과 남첨암 계곡을 따라 바로 내려가면 만나는 첫 번째 마을 대갱촌(大坑村)은 주민들이 베푸는 온정에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낯선 사람에게 수줍지만 넉넉한 인심을 건네는 그들의 모습은 흡사 우리네 시골 옛정을 연상시킨다.
대갱촌 주민들은 마을 농가에서 직접 기른 토종 돼지를 잡아 손님을 대접했다. 잔칫집 한데 모여 음식을 준비하는 시골 분위기와 다르지 않았다. 돼지 한 마리를 요리해 끊임없이 내오는 마을 인심은 대가없이 제 주머니 것을 나누고, 손님의 주린 배를 기꺼운 마음으로 채워주는 농심의 풍족함을 닮았다.
쌀과 차, 양잠, 대나무 수공예를 주요 업으로 하는 쑤이창현은 삼림이 81.3%에 달한다. 쑤이창 농민들은 남첨암 천주암 아래 4만평에 걸쳐 형성된 다랭이논에서 산 사면의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을 끌어 들여 농사를 짓는다. 산 사면을 따라 층층이 형성된 논두렁과 밭두렁, 계단식 논밭 주위로 울창한 죽림이 20~50여 가구씩 형성된 작은 산골을 함께 감싸고 있어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독특한 경관을 형성한다.
쑤이창현은 시야가 탁 트이는 광활함과 더불어 사람의 깊은 속정을 품고 있다. 탁한 세상에 때 묻지 않은 그곳, 넉넉한 시골인심에 발길이 머물고 발길을 떼면 자꾸 돌아보게 되는 쑤이창현은 대륙의 숨은 보석이다.
쑤이창=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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