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제도 개선 지적 많아 유권자의 정치참여 기회를 넓히는 ‘엄지혁명’으로 각광받는 모바일 투표가 26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또 말썽을 일으켰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모바일 투표는 매번 부정·불공정 시비를 낳아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바일 투표가 처음 도입된 건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이다. ‘국민참여경선’을 표방한 대통합민주신당이 후보 선출권을 당원에서 일반국민에게로 확대하며 그 수단으로 모바일 투표를 택한 것이다.
그래도 종래 투표소 선거인단이 168만명으로 모바일 선거인단 23만8000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당시 정동영·손학규 후보가 1위를 다퉜는데, 모바일 투표에서는 손 후보가 이겼으나 승자는 투표소 투표에서 앞선 정 후보였다. 다만 모바일 선거인단 투표율은 74.3%로 투표소 선거인단 투표율(16.19%)을 압도해 모바일 투표의 잠재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권을 잡은 손학규 대표는 모바일 투표를 각종 선거에 적극 도입했다. 특히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박원순·박영선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과 1·15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은 모바일 투표가 폭발력을 발휘하며 선거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1·15 전대 때에는 무려 56만9000여명이 모바일 선거인단에 참여했다.
모바일 선거가 대세가 되면서 그 그늘도 커졌다. 특히 동원선거 폐해가 모바일 투표에서도 반복됐다. 야당이 후보 공천에 모바일 투표를 전면 도입한 지난 4·11총선에선 광주 동구 한 동장이 선거인단 모집과정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통합진보당 관악을 선거에 출마했던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모바일 여론조사 조작 사건 때문에 후보를 사퇴했다.
민주당 6·9 대표 경선 때는 일부 유권자가 모바일 투표와 현장 투표에 모두 참여하는 ‘중복투표’ 사건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후보경선준비기획단장인 추미애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6·9 경선은) 모바일 투표 참여가 적은 데다 억지로 호객행위를 하다시피 참여를 유도하다 보니 관리도 느슨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심과 모바일 투표 결과가 자주 어긋나는 점도 문제다. 국민 참여 증대라는 효과를 거뒀지만 당원·대의원이 “투표해봐야 소용없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본인인증 법적 지원 등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모바일 투표가 쉽지 않은 이들도 많아 보통·평등선거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벌어질 수 있고 대리·공개투표를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점도 근본적 한계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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