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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사진)씨가 4년여 시간을 들여 완성한 저서 ‘술탄과 황제’는 559년 전 벌어진 장대한 전투 현장을 묘사한 생생한 전쟁 기록물이다. 김씨는 세계일보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한 사나이(술탄 메흐메드 2세)가 수많은 군선을 이끌고 산등성이를 넘어 철벽수비를 뚫고 바닷길을 연 장면에 압도되고 말았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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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지음 / 21세기북스 / 2만5000원 |
그런데도 훗날 이 전쟁의 의미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김씨는 지적했다. “오스만튀르크에 의한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은 1400년 동안 지속된 로마 제국 최후의 날이라는 것 외에도, 동양·이슬람문명에 의해 정복된 서양·기독교문명이라는 점, 중세에서 근대로 시대가 전환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비잔틴 제국 멸망 이후의 세계에만 관심을 둔다.”
김씨는 특히 가치관이 흔들리는 시대에 이 책은 적지 않은 가르침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장이 된 콘스탄티누스 11세는 항복해 목숨을 살리라는 신하들과 정복자 메흐메드 2세의 권유를 뿌리치고 장렬히 전사하는 길을 택했다. 얼마든지 목숨을 구명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는 그러나 제국의 멸망과 함께 자신도 전사들과 적진에 몸을 던져 산화한 것은 명예로운 패장으로서 칭송할 만하다.”
김씨는 역사를 보면 세상을 보는 안목은 물론이고, 어떻게 살고 죽을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시대는 전쟁과 무기 등 군사력으로 세계를 누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칼과 창 대신 과학기술, 음악 예술, 무한대의 인터넷망으로 문명을 선도하고 세계를 리드하는 시대에 와 있다”면서 “한국이라는 좁은 나라에서 시각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특히 “우리는 해외에서 수입의 70%를 벌어들이는 나라인데도 우리끼리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 총선거에서 출마할 수 있는데도 이 책을 쓰기 위해 그간의 정치인 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술회했다. 터키 이스탄불과 역사의 현장을 수십 차례 방문해 각종 사료를 분석하고 오류를 바로잡았으며, 사실을 규명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입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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