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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파면 아니면 복귀,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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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11 23:40:15 수정 : 2025-02-11 23: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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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후 70일
힘있는 자들의 이념편향 선동에
양극단의 행동대장 된 2030세대
결자해지, 나라를 위해 필요한 때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몇 달 새 벌어진 일들을 믿기 힘들다. 현직 대통령 체포와 구속 과정에 ‘초유’(初有)나 ‘사상 처음’을 몇 번 적었는지 기억 안 난다. 대통령은 물론 그 대행마저 탄핵소추돼 대행의 대행체제로 버티고 있다.

정재영 사회부장

대통령 수사를 놓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벌인 혼란스러운 일처리는 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발족을 두고 빚었던 여러 논란 이상의 것들을 확인해줬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절차에서 스스로 공정성을 깎아내리더니 재판관들이 정치 성향을 넉넉하게 짐작할 만한 발언과 질문으로 재판에 정치가 담겼다는 논란을 불렀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색출하겠다며 법원에 침입하고, 수많은 젊은 군인을 이끌던 군 장성들과 대통령이 계엄 당일 통화 내용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용산과 헌재 인근에선 대통령 탄핵을 두고 상반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여당 텃밭인 부산과 대구 등 지방에선 탄핵 반대 집회에 지지자들이 대거 운집했다. 여야 정치인들은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에 연일 나서 상대를 향한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분노는 표가 될 것이란 망상이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후 70일간 이렇게 대한민국은 두 쪽으로 나뉘었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태극기 집회를 이끌던 노인들이 아니라 20·30대가 극명하게 갈린 이 난장판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중순 법원 난동 사태와 헌재에서 발생한 월담 등 불법행위로 붙잡힌 90명 중 46명(51%)이 20·30대였다고 했을 때엔 유튜버들이 돈벌이를 위해 던진 ‘먹잇감’에 젊은층이 희생된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사가 3∼5일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내놓은 전화 면접 방식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선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굳어졌다. ‘탄핵 심판 과정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20·30대가 각각 53%와 54%나 됐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물론 이를 잘 넘긴다 해도 젊은층 과반은 언제든 분노를 위한 불쏘시개에 행동하고 불법을 저지를 공산이 크단 얘기다.

극우 유튜버 외에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 등으로 대통령 등과 함께 구속기소된 전 국방부 장관은 옥중에서 이를 선동했다. 법원 난동으로 구속된 피의자들에게 영치금을 보내면서 “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촉발된 사태에 분노한 애국 청년들의 구국정신에 뜻을 같이한다”고 했다. 젊은층 불법에 무책임하게 면죄부를 주고, 함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유명한 한국사 강사는 부정선거 등 여러 의혹을 늘어놓더니 ‘헌재 재판관들이 짜인 대로 재판하고 있어 대통령은 절대 못 나온다’고 언급해 역시 젊은층 분노를 끌어내고 있다.

이 모든 혼란의 근원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마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통치행위”, “성공한 비상계엄”, “(계엄 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탄핵소추의 부당함을 주장하더니, 옥중에서 “청년들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을 떠나, 정상적인 부모나 어른이라면 ‘이유가 무엇이든 폭력과 불법은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하지 않나.

헌재는 곧 변론을 종결하고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국회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면 대통령은 파면되고 5년간 공직에 나설 수 없다. 전직 대통령들이 그랬듯 수의를 입고 재판을 받게 된다.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 용산으로 돌아와 대통령 업무에 복귀하고 구속도 취소될 수 있다.

우리는 과연 그날 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느 쪽이든 법원 난동보다 더한 일이 벌어질 수 있겠다는 아찔한 생각에 헌법재판소법을 다시 들여다봤다. 헌재법 53조 1항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 파면 결정을 선고한다고, 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 공직에서 파면됐을 때 헌재는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결자해지 심정으로 53조 2항을 들여다봤으면 한다. 두 쪽 낸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정재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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