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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과녁 빗나간 가계대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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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1 23:08:54 수정 : 2025-07-01 23: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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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청년·신혼부부 등 주거사다리 끊어
공급 확대 없인 집값 상승 못 막아… 부메랑 우려

지난달 27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자 부동산 및 금융시장에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시장의 혼란을 감수하고 기습적으로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을 시행한 것은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가격과 가계대출의 동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지수가 작년 12월 대비 올해 4월까지 서울은 3.1%, 수도권은 1.4% 상승했는데,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각각 9.5%, 4.2%가 된다. 이처럼 가파른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가계대출 급증을 유발했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월 5조3000억원, 5월 6조원 증가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정부는 서울 중심으로 과열되는 부동산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새 규제 시행 전 대출 수요 급증을 막기 위해 규제 발표 다음 날부터 바로 시행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가계약을 체결한 주택 매수자, 전세 세입자를 구해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지불하려고 했던 신축 아파트 분양 계약자 등 여러 가구가 당장 자금조달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됐다. 이외에도 이번 대책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금융당국이 그동안 일관되게 추진해 왔던 ‘개인의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받는 것을 허용한다’는 원칙을 바꾼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원칙에 따라 2024년 2월부터 연간 소득에서 대출 원금과 이자의 연간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 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이번 가계대출 규제는 이 원칙에서 벗어나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결과적으로 현금 부자만 주택 구매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 셈이다. 이는 정부가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은 고소득자들이 고액의 대출을 받아 고가 주택을 구입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대출 규제의 기본 원칙을 기습적으로 바꿈으로써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관련 정책의 불확실성 증대에 노출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규제는 6억원 이하 대출로 주택 구매가 가능한 서울 외곽 지역과 수도권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유발하게 된다.

두 번째로 우려되는 점은 정책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까지 줄이고,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의 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80%에서 70%로 낮춘 것이다. 이는 무주택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정책대출 대상인 청년, 신혼부부, 출산을 앞둔 가구 등의 주거사다리를 끊고, 이들의 주거비용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세 번째 문제점은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를 금지하고, 1주택자는 6개월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경우에만 기존 LTV 상한까지 주담대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1가구 1주택을 강제하는 규제로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공급을 감소시켜 향후 전셋값 상승을 유발하고, 결국 서민 주거비용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대출 규제로는 정부가 목표한 대로 수도권 부동산가격 상승을 막을 수 없다. 수도권 집값은 내년부터 신규주택 공급이 급감하는 공급 절벽으로 주택의 전세 및 매매 가격이 차례로 급등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의 전망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수도권 핵심지에 신규주택 공급이 늘어난다는 신호를 주지 않으면 수요자들의 패닉 바잉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또한 이번 대책에는 수도권과 지방 간 주택가격 양극화 현상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 작년 12월 대비 올해 4월까지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는 동안 지방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지수는 0.8%, 연율로는 2.4% 하락했다. 이런 주택가격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방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해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 및 주택 구매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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