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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이 만난 사람] 명리학자 김태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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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3-25 17:27:54 수정 : 2013-03-25 17: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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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학 육십갑자로 세상과 사람, 세계경제 흐름까지 진단
어린 시절부터 삼국지에 호기심…중학교 땐 화교에 무술·한문 배워
대학 들어가서는 주역 등에 심취…10여년 은행원 생활 접고 中으로
명리학의 육십갑자로 세상과 사람뿐만 아니라 경제 흐름까지 진단하는 이가 있다. 강호의 내로라하는 명리학자들조차도 그 앞에서는 머리를 숙인다. 한때는 재테크 전문가로 대중에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요즘도 미국 중앙은행 사이트에 들어가 실물경제의 흐름을 매일 확인한다. 역사서도 늘 탐독 대상이다. 세상을 알고 사람을 알기 위해서다. 모든 것은 음양의 무한 반복과 조화라는 차원에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진단하고 사람의 운명도 살펴본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은 한결같이 그를 만나보려고 안달이지만 좀처럼 만나주지 않는다. 명리학자 김태규(58)씨의 이야기다. 그를 어렵게 서울 강남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명리학은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학문입니다. 인생의 사계, 즉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제대로 느끼며 향수(享受)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주는 것이지요.”

그는 얼마 전부터 사람들의 상담을 받지 않는다. 사주관상 등을 통해 인생행로의 결과만 알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실전 검증을 통해 자신만의 명리학 체계를 어느 정도 잡았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명리학자 김태규씨는 “역사적 흐름과 사건들조차도 명리학적 시각에서 풀어보면 육십갑자의 테두리에서 못 벗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며 “대립된 요소의 조화가 키워드인 명리학이야말로 세계적 보편논리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희망을 품고 사는 존재입니다. 사계절대로 그 맛을 느끼며 사는 것이 제대로 살아가는 인생살이거든요.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말이지요.”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무협지나 삼국지에 호기심이 많았다. 중학생 시절 두보 등 당시(唐詩)를 원문으로 읽고 싶어 부산의 보수동 헌책방에 들렀다가 뜻깊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

“책방 주인이 한문을 읽을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한 번 읽어 보려고 한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다짜고짜 너 중국 무술을 배우고 싶지 않느냐며 도장을 소개해 줬어요.”

도장에 가보니 바로 책방 주인이 관장이었다. 화교였던 관장은 그에게 무술과 함께 6년간 한문을 가르쳤다. 고려대 법대에 진학해서도 주역 등을 원문으로 읽어내며 음양오행론에 빠져들었다. 명리학에 관한 책이라면 중국 서적까지도 섭렵했다. 역사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명리학을 검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점이 있을 땐 몇 번이고 집어치우려고 했어요. 하지만 명리학을 손에 들었다 놨다 하면서 지난 20여 년을 부여잡고 왔습니다. 이젠 어느 정도 답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0여 년간 은행에 근무했다. 30대가 저물어가던 무렵 그는 회사원으로서의 삶을 버렸다. 인생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은 공포심이 들어서다. 무작정 무협지와 삼국지 무대인 중국으로 떠났다. 중국에서 사업을 벌였지만 실패로 끝났다.

“기왕에 일이 이렇게 됐으니 명리학 공부라도 한 번 끝장을 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바로 명리학 사무실을 차렸지요.”

그는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 재테크와 인생상담사로 이름을 날렸다. 음양오행이론을 실물경제에 적용시킨 독특한 방식으로 금융시장의 과거 움직임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 것으로 유명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주식 폭락 등을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요즘 그는 주식선물거래와 경제지 칼럼기고를 소일로 삼으며, 틈 나는 대로 그를 찾아오는 제자들에게 명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중국 음양론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회남자(淮南子)’ 강독도 한다.

“명리학에서 중요한 게 바로 노자의 도덕경입니다. 도덕경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회남자를 읽어야 합니다.”

그에게 운명이란 무엇이고, 그것을 미리 예측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운(運)은 변화하는 환경이고, 명(命)은 부모로부터 그리고 태어나면서 형성된 그 사람의 성질(性質)이지요. 운명학을 연구하면서 내린 결론은 결국 사람의 길은 타고난 성격·취향·능력·기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운적인 요소, 즉 환경변수는 그 길에 영향을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운이란 것이 사람의 진로를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운의 우연성과 작용력이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의 성취를 결정하고 전체상을 다듬어내는 것은 바로 사람 자체의 요소들로부터 정해진다는 말이지요.”

비유컨대 어느 누군가가 동쪽으로 길을 가고자 할 때, 도중에 눈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거나 길이 막힌다고 해서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더라는 것이다. 진정으로 동쪽으로 길을 가고자 하는 이라면, 겉보기에 좋지 않게 느껴지는 악운이란 것도 결국 그 사람의 의지를 담금질하여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논리다. 그러다가 호운(好運)을 만나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물 흐르듯 유유하게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예측도 현존하지 않는 미래의 시간을 규정해 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명과 운을 보아 동쪽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도중에 돌아오거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판단해 보는 것에 불과합니다. 다만 운의 주기에 따라 그 시기를 미리 추산해 낼 수 있다는 점이 일견 예측의 신빙성을 높여줄 뿐이지요. 예측이란 결국 동으로 흐르는 물의 속도와 세기, 그리고 각도를 보아 이 물은 동해까지 흘러갈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판단하는 현재의 행위지요. 다만 운명학적 견지에서 그 흐름을 보는 나름의 기술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는 명리학 차원에서 30년 이상 이어지는 흐름은 없다고 단언한다. 이 말은 호운도 30년이고 악운도 30년이라는 말이다. 세상의 움직임은 결국 60갑자 속에서 일어나는 춘하추동이라는 얘기다. 세계 경제의 흐름도 같은 맥락에서 진단한다.

“60년을 주기로 해서 움직여 가는 세상의 모든 흐름은 30년이 되면 반전이 생겨납니다. 이제 미국이 돈과 신용, 부채를 늘림으로써 시작된 세계 경제의 호황 국면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길은 누가 뭐라 해도 늘어난 달러와 신용, 부채를 줄여 나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불황을 통한 감축밖에 없다는 얘기죠. ‘마이너스 게임’의 시대가 시작된 겁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언급했다.

“회남자에 보면 ‘좋은 원칙을 견지하면서 그때마다 생겨나는 변화에 대처’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이지만 크게 보면 북한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기에 원칙 또한 확고해졌습니다. 부단히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면서 어느 선에서는 인도적 지원을 하되, 앙탈을 부리고 위협을 가해 올 때마다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이상의 대북 정책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는 얘기인가.

“세상의 모든 문제는 사람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절로 해결된다는 것을 알면 됩니다. 북한은 1993 계유(癸酉)년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북핵 위기를 일으켰습니다. 12년이 지난 을유(乙酉)년부터는 핵실험 준비에 들어가면서 국면이 새롭게 전환됐습니다. 그러니 다시 12년 뒤인 2017 정유(丁酉)년에 가면 해결될 것입니다. 북핵 도박은 2017년에 가서 종지부를 찍을 것입니다. 동시에 북한 체제는 급격한 내부 변화와 함께 통일의 새로운 계기가 생겨날 것이니, 그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끌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 북한과 북핵에 대한 해결책인 것입니다.”

그는 일본은 2025년 을사년에 다시 부흥을 하게 될 거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2020년 8월을 못 넘기게 돼 있습니다. 일본 돈이 한반도 통일비용으로 유입될 겁니다. 결국 일본이 통일비용을 대는 꼴이지요. 일본의 건전재정화로 일본 국채를 판 2조달러 정도가 한국으로 유입돼 북한지역 재건설에 투입될 겁니다. 동북아의 기를 막고 있는 알박기 같은 북한땅이 소통이 되면 시베리아를 포함한 동북아가 세계 경제의 새로운 동력 축으로 급부상하게 될 겁니다.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야 하는 이유죠. 그래야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선 ‘자폐적 국민정서’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시대적 통찰이 그와의 대화에서 이뤄졌다. 명리학이 역사를 종횡무진했다. 어느 석학과의 대담 못지않았다. 그는 시대를 읽고 있었다.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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