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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체급·안전 무시…태권도 승품·단심사

입력 : 2013-05-05 08:30:23 수정 : 2013-05-05 08: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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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 심사 주먹구구식 비판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A(11)양은 지난달 말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국기원 승품·단 심사를 생각하면 아직도 잠이 안 온다. 발단은 품새를 마친 후 이어진 겨루기 종목에서 불거졌다. 2명씩 6팀이 동시에 진행된 겨루기에서 A양은 키 큰 중학교 2학년 남학생과 겨루게 된 것.

현장에 함께 한 A양의 어머니 박모씨는 당연히 비슷한 체격의 아이와 바꿔줄지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심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박씨는 심판에게 찾아가 "키 차이가 저렇게 심한데 겨루기를 할 수 있냐"고 물었고 그 심판은 "그 부분을 감안해서 하겠죠"라며 태연하게 말했다.

결과적으로 A양은 합격했지만 남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143㎝의 작은 키인 A양의 상대는 170㎝가 넘는 남자 중학생이었다. 주최 측은 체급 차이 등을 고려해 약속겨루기 형태로 바꿨지만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생각과 불쾌함은 씻을 수 없었다.

더욱이 승품·단 겨루기 심사는 안전을 위해 안전보호용구(머리, 몸통, 낭심 등)를 착용해야함에도 주최 측은 관련 규정조차 지키지 않았다.

머리보호대만 한 A양은 남학생과 겨루기를 하던 중 성적 수치심마저 느꼈다. 2차 성징이 시작된 한참 예민한 시기였다.

딸이 느꼈을 모멸감과 불안감에 부모도 가슴이 찢어졌다. 심판에게 가서 따지니 "본인이 미숙해서 그랬다"며 "그 중학생한테는 경기하기 전 살살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국기원의 태권도 승품·단 심사가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겨루기 상대에 대한 규정이 뚜렷하지 않아 불공정 시비가 잇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합격률도 높아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기원 등에 따르면 겨루기 심사의 짝을 지을 때 제한 규정이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장에서 심판이 체급이나 성별을 고려해 상대를 고르지만 상황에 따라 몸무게나 키의 편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국기원 관계자는 "겨루기 심사는 이기고 지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기본자세와 자신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격·불합격을 따진다"며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은 호신술로 태권도를 배운다. 상대가 나보다 강할 때 어떤 식으로 방어하고 대처하는지 심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사의 공정성과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겨루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사가 단편적이고 쉽다는 점을 지적하며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는 충고도 이어진다.

한 태권도 관장은 "가장 낮은 1품부터 3품까지는 많이 틀리지 않는 이상 대부분 합격한다"며 "명성과 권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고 한탄했다.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관계자는 "태권도 승품·단 심사가 형식적이고 돈벌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품·단별로 난이도를 세분화하고 어렵게 해 합격률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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