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국제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로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을 끌어들였고, 시 주석은 중국의 꿈인 ‘신형 대국관계’를 실현하는 첫발을 내디뎠다.
역사적으로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은 경쟁과 대결의 길로 치달았지만 미국과 중국은 조화와 협력이라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데 두 정상이 의견 접근을 본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앞길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이번 회담에서 재확인됐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와 기후변화에는 공동 대응하기로 의기투합했지만 사이버 해킹,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남중국해 등에서의 영토분쟁, 중국의 위안화 환율 조작 등 다른 현안에서는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회담은 사이버 해킹 문제 등으로 미·중이 긴장 관계에 빠지지 않도록 양국 관계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이버 해킹 문제는 8일 2시간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집중 논의됐다. 양국 정상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정부기관이나 기업의 컴퓨터망을 해킹해 정보를 빼가는 구체적인 증거를 시 주석에게 들이댔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사이버 해킹을 중단하지 않으면 양국 경제 관계가 중대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했다.
시 주석도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도 사이버 해킹의 피해자라고 맞섰다. 두 사람 대화는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다만 미·중 양국은 사이버 보안 문제를 토론하는 실무그룹을 발족시켜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시 주석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꺼냈다는 게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설명이다. 시 주석은 우선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제도), 스프래틀리 군도 분쟁에 대해서도 중국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을 행동보다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도닐런 보좌관이 설명했다.
두 정상은 이번에 양국의 입장 차이를 부각시키기보다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군사·정치적 차원에서 서로 전략적인 목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양국의 군사 대화채널을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과거 주요 강대국들이 불가피하게 대결·대립했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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