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사업 전반 관리 '제정춘칙' 필요 재정융자사업이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통일된 규정이나 지침 등이 없는 탓이 크다.
지난해 17개 부처에서 129개의 융자사업이 수행됐는데 각 부처의 개별 지침 등에 따라 이뤄졌다. 일관된 기준이 없다 보니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이 포함되기도 했다. 사업마다 융자조건 차이가 커 융자사업 간 비교가 어렵고 보조금 수준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홍엽 국회예산정책처 공공기관평가과장은 “각 부처가 제안한 재정융자사업의 타당성과 융자금리·상환기간 등 사업조건을 같은 기준으로 심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융자사업뿐만 아니라 국고보조사업 등 정부 재정으로 이뤄지는 모든 사업에 공통으로 적용할 ‘재정준칙’도 서둘러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일정 한도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치를 정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것을 말한다. 길게 보면 융자사업을 포함한 정부의 사업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5년짜리 재정계획을 세워도 구속력이 없어 국회 등을 거치면서 사업 내용이 바뀌다 보면 재정적자가 불어날 위험이 늘 있다”며 “그걸 막으려면 선진국들이 했던 것처럼 구속력이 있는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융자사업을 총괄하는 부처가 없다 보니 다양한 융자사업 간의 연계성이 부족하고, 관련 정보가 체계적으로 생산·축적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해당 융자사업을 담당하는 실무자 외에는 누구도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가 적당한지, 융자신청 절차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누구나 알 수 있게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박 과장은 “재정융자사업을 총괄하는 부처와 부서를 지정할 필요가 있다”며 “매년 백서 등을 발간해 각 부처 간 혹은 사업 간 금리와 융자절차 등의 타당성을 비교 평가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이 수석연구원도 “부처별로 사업마다 금리와 융자의 적정 규모를 산출해 내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낭비를 막을 수 있게 표준 틀을 만들고 여러 부처와 부서가 공유하면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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