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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휩싸인 '전재국 컬렉션' 실체는

관련이슈 전두환 추징금 완납 발표

입력 : 2013-07-24 08:36:08 수정 : 2013-07-24 08: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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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애호가' 재국씨, 금융실명제 직후 미술사업 박차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미술품이 대거 나오면서 이들이 비자금 은닉을 목적으로 미술품을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장남 재국 씨가 경영하는 시공사 사옥 등에서 압수한 미술품이 수백 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술품은 유통 경로를 파악하기 쉽지 않고 정확한 시세가 형성된 것도 아니어서 탈세나 편법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되기 쉽다. 최근 재벌가의 비자금 수사에 미술품이 단골처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가 한 사람의 작품이라도 제작시기나 소재, 완성도에 따라 가격도 천양지차여서 외국의 블루칩 작가의 작품 한 점이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예도 많다.

'전재국 컬렉션'에 그런 작품이 몇 점만 포함돼 있더라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사들인 사실을 입증하면 미납 추징금의 상당 금액을 환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컬렉션의 내용이나 가치에 관심이 쏠린다.

◇'미술 애호가' 전재국…금융실명제 시행 후 본격적 미술사업 = 재국 씨가 미술품 애호가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술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미술 애호가가 관련 사업을 벌이는 데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겠지만, 그의 사업 행보가 의혹을 낳는 것은 1993년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1993년 말부터 9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당시 30, 40대 작가들의 개별 화집을 통해 조망하는 '아르비방 시리즈'를 펴냈다.

'아르비방' 시리즈는 젊은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세계 변화 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수준 높은 화집으로 당시 미술계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재국 씨는 한창 잘 나가는 큐레이터였던 한 모 씨, 전 모 씨 등과 손잡고 93~96년까지 55권의 작품집을 냈다.

94년에는 홍대 앞에 예술전문서점 '아티누스'를 세워 외국 유명 미술관련 서적을 팔았고 갤러리 공간을 마련해 젊은 작가들의 기획전도 열었다.

같은 해 6월 외조부 이규동 씨의 성강문화재단 부설기관으로 동서양의 미술과 시각문화 전반을 연구하는 한국미술연구소를 설립했고 2002년에는 종로구 평창동에 전시공간 시공아트스페이스를, 2006년에는 경기도 파주시에 갤러리와 북카페를 겸한 '헤이리 아티누스'를 세웠다.

재국 씨가 미술 관련 사업에 열을 올리자 미술계에서는 그가 한씨와 전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인다거나 90년대 초반 박수근의 그림을 사들였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소문에 대해 한씨, 전씨와 친분이 있는 한 미술계 관계자는 "한씨와 전씨가 아르비방 시리즈를 펴내면서 시공사와 인연을 맺고 일한 것은 맞지만, 한씨는 2000년 후부터 전업작가로 나섰고 전씨는 갤러리 운영에 실패하고 도미해 십여 년째 국내 미술계에서 활동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들과 함께 아티누스에서 일했다는 한 전시 기획자도 "전씨는 아티누스에서 2000년 이전에 관뒀고 이후 한씨가 잠시 일을 맡았다가 역시 2000년 초에 관뒀다"며 "항간에 떠도는 것처럼 두 사람이 재국 씨의 고가의 컬렉션 수집을 대리했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했다.

재국 씨의 미술품 컬렉션에 관해 떠돈다는 소문 중에는 전시회가 열리지 않는 시공아트스페이스와 관련된 의혹도 빠지지 않는다.

건물의 이름이나 용도로 볼 때 전시장을 염두에 두고 지어진 것이 분명하지만 이곳에서는 지난 십여년간 한 번도 전시회가 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국 씨가 이곳을 고가의 미술품 컬렉션을 숨겨두는 수장고처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돈다.

실제로 10년 전 시공아트스페이스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한 미술계 인사는 "내가 찾아갔을 때에는 여기저기 책을 쌓아두고 전시장이 아닌 창고처럼 사용하고 있었다"고 말해 의혹에 무게를 더했다.

◇'전재국 컬렉션' 실체는?…미술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어" = 전재국이 미술품을 사들인다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정작 그가 화랑가에 얼굴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미술품 거래가 대리인이나 중개인을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다 보니 화랑가를 직접 다니지 않더라도 원하는 작품을 사들일 수 있고 자연히 컬렉션의 실체도 외부에 드러날 기회가 없었다.

화랑가의 한 관계자는 "재국 씨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미술 관련 서적을 많이 냈고 미술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져 상당한 미술품을 수집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무성했다"면서도 "미술품 거래는 대리인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컬렉션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일단 최근 검찰과 언론을 통해 일부 드러난 '전재국 컬렉션'에 대해 미술계에선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박수근의 그림은 진품일 경우 수십억 원을 호가하지만, 진품인지와 정확한 가치는 전문가의 감정이 이뤄진 뒤에야 알 수 있다.

검찰이 파주 시공사 사옥에서 확보한 국내외 작가 48명의 작품에도 유명 작가들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작품가가 높은 천경자, 김종학,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이 모두 판화로 알려지면서 컬렉션의 예상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미술계의 중론이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일단 드러난 컬렉션을 기준으로 보면 예상되는 전체 작품가가 2억~3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나머지 컬렉션에 대해 알려진 바 없어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일단 공개된 작가나 작품 형식만 보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격"이라고 평했다.

이번에 일부 공개된 전씨 일가의 소장품 중에는 '아르비방' 시리즈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화집이 출간될 당시 작가들이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화집을 많이 샀는데 출판사에 작품으로 책값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공개된 컬렉션 중 상당 부분은 그런 방식으로 수집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압수된 미술품의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만큼 '전재국 컬렉션'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유보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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