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2일까지 모두 주파수 경매 신청을 마침에 따라 8월 하반기에 있을 경매에서 유리한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한 ‘쩐의 전쟁’을 벌이게 됐다. KT가 1.8㎓ 대역의 자사 인접 주파수(D2블록)를 확보해 ‘광대역화’를 통한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트(LTE-A) 서비스에 나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경매 결과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가 마련한 주파수 경매안의 형평성과 적절성 등에 대한 논란이 예고된다.
◆싱거운 경매 될 2%의 가능성
이번 주파수 경매는 ‘밴드플랜1’과 ‘밴드플랜2’ 경매안 2가지를 모두 경매에 부쳐 최종 경매가의 합이 높은 밴드플랜을 경매 방안으로 선택하는 사상 초유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밴드플랜1은 2.6㎓ 주파수 대역의 각각 상·하향 40㎒대역폭인 A1·A2 블록과 1.8㎓대역의 C1블록(35㎒대역폭)으로 구성돼 있다. 밴드플랜2는 밴드플랜1 블록에 KT 보유 주파수와 인접한 1.8㎓ 대역의 D2블록(15㎒대역폭)이 추가돼 있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이통 3사가 경매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최초 입찰 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A2·B2·C2블록 중 각각 한 군데에 입찰하고, KT가 D2블록에 입찰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하면 곧바로 경매가 종료되고, 이통3사가 과도하게 경매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주파수집성기술(CA)을 통해 LTE-A 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굳이 무리하며 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경쟁사 이득 막기 위한 이상한 경쟁
하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쉬운 길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KT가 광대역화를 할 수 있는 D2 대역을 가져가는 게 싫은 경쟁사는 자신들의 낙찰 가격이 높아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광대역화를 하게 되면 CA를 활용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LTE-A 서비스를 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KT의 낙찰을 막으려면, 밴드플랜1에 경매가를 높게 써내면 된다. KT가 D2 블록을 확보하려면 밴드플랜2의 경매가 총합이 밴드플랜1의 총합보다 높아지도록 계속 D2의 경매가를 높여야 한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경매 패턴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경매가를 높이며 50라운드의 오름 입찰을 거친 후, 단 한 번 이뤄지는 최종 밀봉 입찰에서 밴드플랜2의 A2·B2·C2에 최초 입찰가를 써내는 ‘먹튀’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싼값에 주파수를 가져가게 되고, KT는 D2를 얻는 대가로 수조원대의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때문에 KT는 경쟁사의 담합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담합 적발 시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세부적인 판단 기준과 방지책은 없는 상황이다.
◆KT의 D2 블록 포기가 변수
다만 이 같은 경매 시나리오는 KT가 D2 블록을 수성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매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경우 KT가 D2 블록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가 보유하고 있는 900㎒ 대역의 주파수 간섭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경매에서 SK텔레콤·LG유플러스와 KT의 2대1 구조가 고착화돼 입찰가가 폭등할 경우 KT가 광대역화에서 CA 기술을 통한 LTE-A 서비스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KT가 중간에 D2 블록을 포기하고 손을 떼면 경매가를 높여놨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예상보다 비싼 값에 주파수를 인수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SK텔레콤이 C2 블록 확보에 나설지도 변수다.
SK텔레콤이 C2 확보에 나설 경우 내심 1.8㎓ 대역 주파수 추가 확보를 노렸던 LG유플러스가 경매를 포기할 수도 있다.
일부 이통사가 경매 자체를 포기하거나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통 3사가 모두 반대해 왔던 정부 주파수 경매안의 적절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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