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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 뽑았는데 1명만 출근… 젊은이는 없고 평균 40대”

입력 : 2013-12-31 19:26:17 수정 : 2014-01-01 14: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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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 겪는 中企현장 가보니 “한두 달 사이 일하겠다고 찾아온 15명 중 1명만 출근했다. 젊은 층이 기피하다 보니 평균 연령은 40대 후반이 된 지 오래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지난해 12월 중순 경기 시흥시 시화공단 내 특수강·건설기계 제작사인 ㈜한립. 이곳에 터를 잡은 지 올해로 20년을 맞는 한립의 인력담당 양형대(41) 과장은 “이젠 실제로 출근하는 것을 보고 인력채용 품의서를 상부에 올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구인난을 설명하는 도중 함모 상무가 불쑥 나타나 “오기로 한 사람 어떻게 됐냐”고 물었고, 양 과장은 “며칠 전부터 전화를 안 받는다”고 멋쩍게 대답했다. 공장을 함께 둘러보던 양 과장은 “이런 일은 다반사라 이젠 놀랍지도 않다”며 “외국인근로자를 채용하려던 차에 30대 후반의 내국인이라 기대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중소기업 인력 채용자를 ‘양치기 소년’으로 만드는 젊은 구직자가 이렇게나 늘어난 건 최근 2∼3년 새 벌어진 일이라는 게 양 과장의 증언이다. 한립은 업종 특성상 철을 1차로 가공하는 단순 절단 작업자가 꼭 필요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인력을 제때, 필요한 만큼 채용해 쓴 적이 없다.

육체노동으로 힘든 3D 업종인 데다 ‘비전’이 없다는 판단으로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자동화되고 설계업무가 있는 2공장의 경우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인력 부족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양 과장은 “한 회사이고 초봉이 같은데도 깨끗하고 편한 환경의 공장이 그나마 인력 부족 현상이 덜하다”고 귀띔했다.

경기 시화공단의 ㈜한립에서 근로자가 특수강 절단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특수강 유통 및 건설 기계 제작회사인 한립은 최근 한두 달 사이 15명이 합격 통지를 받았지만 출근자는 단 한 명뿐이다.
이날 1만㎡(약 3000평)에 이르는 넓은 공장에는 겨우 10여명만이 특수강 절단 작업에 매달리고 있었다. 초보자에게도 200만원가량의 월급과 보험, 세 끼를 제공하고 매년 4% 이상 월급을 올려주고 있지만 면접자 구하기조차 ‘하늘의 별따기’다. 공장 특성상 천장이 높아 겨울에는 난방이 안 돼 사람 구하기가 더 힘들다. 최근 그만둔 1명 등 최소한 3명 이상 충원이 필요하지만 그나마 비수기라는 게 위안거리다.

경기 시화와 반월 1만5000여개 기업의 95% 이상은 한립보다 규모가 작은 50인 미만 소규모 업체다. 특히 단순 특수강 절단 등 한립처럼 3D 업무를 포함한 회사들 모두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요즘에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근로자들도 3D 업무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양 과장은 “임금이 싸서 외국인 근로자를 쓴다는 건 옛날 얘기이고 이젠 일에 맞는 외국인근로자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할 사람은 줄면서, 평균 연령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현장 근로자의 노령화는 젊은 층이 기피하는 새로운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립의 특수강 절단 업무자 평균 연령은 47∼48세다. 그나마 출근한 지 한 달쯤 된 막내 강호성(30)씨가 평균 연령을 확 낮춰놨다.

강씨는 “다른 회사에서도 같은 업무를 했는데 매달 또래 몇 명이 그만두고 새로 오곤 했다”고 말했다. 15년 전 섬유회사에 다닌 양 과장은 “그때만 해도 유해물질이 많은 섬유업과 달리 철강업은 3D 업종이 아니었는데 이젠 외국인근로자까지도 꺼리는 일이 됐다”며 씁쓸해했다.

시화=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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