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인천항만물류협회에 따르면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은 지난 10여 년 동안 하역업체 A사에 각종 화물 하역과 고박(화물 고정 작업)을 맡겨왔다.
고박은 관련 면허와 장비를 가진 업체가 해야 하지만 청해진해운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A사에 하역과 고박을 일괄적으로 맡겼다.
청해진해운 선박 하역이 주요 수입원이었던 A사는 청해진해운의 말을 어길 수는 없었다.
하역업체 A사는 이른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인천항운노조 소속 노동자를 일용직으로 고용했다.
노동자들 역시 A사의 눈치를 보며 문제 제기를 포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항운노조 소속 한 노동자는 "청해진해운 선박은 정식 고박업체가 작업을 하지 않아 제대로 된 장비가 없었고 이에 대한 항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1700여 조합원 중 800여 명이 일용직이고 날마다 다른 일터로 불려다닌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하역업체의 불법적인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해진해운의 과적, 화물조작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규격과 다른 컨테이너를 쓰는 것도 최대한 화물을 많이 싣기 위한 수법"이라며 "이 과정에서 각종 불법과 뒷돈이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황은 세월호의 목적지인 제주항에서도 확인됐다.
제주항운노조에서 근무했던 한 근로자는 "일명 '차떼기' 방식으로 화물량을 축소해 적재했다"고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장했다.
그는 "여객선에 실리는 화물은 중량과 용적 중 큰 것으로 화물량을 책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청해진해운은 25t 화물트럭은 일괄적으로 25t으로 책정했다. 실제 화물 용적톤수는 40~50t 이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항운노조 근로자도 "다른 선사는 실제 화물량이 출항 당시 기록된 화물량보다 많을 경우 추가 작업비를 지불했지만 청해진해운은 그렇지 않았다"며 "작업일지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선사-하역업체-노동자'로 이어지는 갑을관계가 과적과 불법 고박, 뒷거래 등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검찰 수사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갑을 관계가 작용하는 해운업계 이와 관련한 진술과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천항의 한 선사 관계자는 "A사가 과적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면서도 "하지만 A사가 선사의 비리를 밝힐 경우 다른 선사로부터 일감을 받기 어려워 이 사실을 깊숙히 밝혀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관, 검역을 거쳐야 하는 국제선은 화물량에 대한 눈속임이 어렵다. 하지만 해운조합이 확인하는 국제선은 하역업체나 고박업체가 사실을 밝히지 않는 한 진실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사안이라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며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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