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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표심… 박근혜 구하기 vs 정권 심판론 ‘균형추’

관련이슈 6·4 지방선거

입력 : 2014-06-05 01:55:14 수정 : 2014-06-05 09: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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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도 野도 일방 지지 없었다 이례적으로 접전지가 많았던 6·4 지방선거 결과는 민심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야당의 주장과 “박근혜 대통령을 구해 달라”는 여당의 읍소론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지방선거 투표의 뚜껑이 열린 결과 전대미문의 세월호 참사가 모든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 현상’ 속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도 민심은 어느 한쪽 편으로 기울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무엇보다 최대 승부처이자 정국 풍향계인 수도권 성적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상징성이 큰 서울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크게 앞섰지만 수도권 나머지 지역인 경기와 인천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이날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와 달리 선전했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는 각각 새정치연합 김진표, 송영길 후보와 맞서 5일 오전 1시30분까지 진행된 개표에서 큰 격차는 아니지만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특히 인천 선거는 그간 여론조사에서 송 후보에게 지는 결과가 이어지면서 비관론이 우세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회초리를 들면서도 자중지란 속에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한 새정치연합에도 똑같이 경고 메시지를 준 것이다. 한때 새누리당이 수도권 3곳에서 전패할 것이라는 관측과는 다소 다른 현실인 셈이다. ‘숨은 보수표’의 결집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여섯 번째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참패 징크스가 16년 만에 깨졌다.

이번 6회 지방선거의 경우 집권 초기 선거인 데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고공비행을 거듭, 선거전 초기엔 제2회 선거 때와 같은 여당의 압승 전망도 나왔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돌발 변수의 등장으로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적잖이 나타나면서 여야 모두 현상 유지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세월호 참사의 피해지역인 안산이 포함된 경기도에서 기존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던 남 후보가 김 후보와 공중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경합 열세를 나타내고 개표 내내 경합을 벌인 데서 민심의 고민이 읽힌다.

이번 선거는 여당에게 악재가 수두룩한 선거였다.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형 국정장악에 대한 불만, 부산·경남(PK) 편중인사, 세월호 참사과정에서 정부의 무능한 대응과 이로 인한 촛불시위 격화, 야권의 박근혜정권 퇴진 촛불시위,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의 과도한 전관예우에 따른 수임료 의혹과 낙마파동, 국정원 대공라인의 잇단 악재와 북한 무인항공기 청와대 상공선회 등이 끊이지 않았다. 언뜻 봐서는 여당이 참패해야 하는 선거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담화 발표와 눈물 등으로 여당이 반전의 계기를 잡으면서 야당의 기세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사이익에만 지나치게 기댄 나머지 민심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박 대통령을 돕자”는 박심(박 대통령의 의중) 마케팅을 넘어서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물론 여당도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됐다. 세월호 참사라는 전무후무한 악재 속에서 그나마 주요 지역을 건지고, 많은 지역에서 접전을 벌였지만 텃밭인 부산과 대구에서 고전하고 중원의 표심이 걸린 충청에서 열세를 면치 못해서다. 그럼에도 여당은 텃밭인 영남에서, 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 수성에 성공함으로써 지역구도가 여전히 완고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야가 안방에서 한 석을 잃게 되면 그 충격은 여타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고 그 후폭풍은 당에 밀어닥쳐 내분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정수행을 발목 잡는 야당을 견제해 달라는 박심 마케팅을 무기로 막판에 보수층인 집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지만 수도권 고전에서 보듯 중도층의 이탈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당·정·청 간 소통을 강화해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형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당내 비주류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지점이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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