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된 여론 국가 흔들 때 민주주의 위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10일 지명된 지 14일 만으로, 그동안의 논란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문 후보자는 전날보다 다소 늦은 시간인 이날 오전 9시 넘어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할 때는 “아직 할 말이 없다”며 3층 집무실로 곧장 올라갔다. 그러나 10분여 뒤 관계자를 통해 긴급기자회견을 알려 자진사퇴 의사를 굳히고 출근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날 오전 10시 청사 브리핑룸에 나타난 문 후보자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깍듯하게 인사한 뒤 “저와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많은 관심을 쏟아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다”며 겸손하게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러나 곧 친일사관 등 그간의 논란에 대한 억울함과 정치권·언론에 대한 서운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기자회견은 13분 동안 이어졌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뒤 청사를 떠나기 위해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언론에 대한 섭섭함도 토해냈다. 문 후보자는 “기자 여러분을 보면서 저의 젊은 시절을 다시 한번 더듬어봤다. 40년의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 아니게 (다른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린 일이 없었는가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다”며 현재 언론의 보도 태도를 에둘러 꼬집었다. 특히 “(언론 보도가)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교회 발언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거론하며 “저는 그렇게 신앙 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 것이냐”, “제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했다. 문 후보자는 이어 “저를 친일과 반민족이라고 주장하시는 데 대해 저와 가족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다”며 “저는 이 나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의 손자다. 보훈처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 절차에 따라 다른 분의 경우와 똑같이 처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며 박 대통령에게는 중도하차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회견을 마친 문 후보자는 미리 공지한 대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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