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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는 은폐· 지휘관 축소 보고…총체적 군기문란

입력 : 2014-08-04 18:09:29 수정 : 2014-08-05 0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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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집단폭행 사망' 실상 軍 수뇌부만 몰랐다 윤모 일병 집단폭행 사건의 진상이 속속 확인되면서 축소·은폐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정황이 4일 확인되면서 군의 총체적인 기강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구멍난 보고체계… 사건은 축소·은폐


지난 4월7일 윤 일병 사망 이후 권 총장은 10일까지 네 차례 보고를 받았다. 28사단 헌병대장과 28사단장, 육군 헌병실,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소장)과 헌병실장(준장)이 서류 또는 구두로 권 총장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했으나 그 누구도 윤 일병이 지속적인 구타를 당하고 엽기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렸다는 사실은 얘기하지 않았다. 28사단 검찰단은 가해 병사들이 윤 일병에게 치약을 먹이고 가래침을 핥게 하거나 수액주사를 놓은 뒤 구타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권 총장에게 알리지 않았다.

권 총장은 이번 사건을 단순 폭행치사 사건 정도로 인지했고, 7월31일 군 인권단체가 숨진 윤 일병의 수사기록을 폭로할 때까지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헌병과 군 검찰이 보고 과정에서 세부 내용을 일부러 누락시킨 것인지, 육군 지휘라인이 수사 보고서를 방치한 것인지, 권 총장 등 군 수뇌부가 보고를 받고도 이를 은폐한 것인지 등은 향후 추가 수사 를 통해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사건 발생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도 지난 4월8일 “육군 일병이 구타에 의한 기도폐쇄로 사망했다. ‘쩝쩝’ 소리내며 음식을 먹는다는 이유로 사고자들로부터 손발로 손과 가슴을 수십 차례 폭행당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뿐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당시 김 장관은 “14년 만에 처음으로 발생한 구타 사망 사건”이라며 엄정 수사를 지시했지만 이후 단 한 차례도 관련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장관이 4월 중순 윤 일병 사망사건 후속조치로 특별 군 기강 확립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5월1일에는 권 총장 주관으로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가 열렸다는 점에서 당시 군 수뇌부가 부실 보고 탓에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권 총장은 지난 6월9일 ‘일반명령 제14-156호’를 하달해 구타·가혹행위 및 언어폭력 발본색원을 전 부대에 지시하기도 했다. 구타 및 가혹 행위 금지 관련 일반명령이 하달된 것은 35년 만의 일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국방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폭행으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사진을 공개하며 회의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를 질책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가혹행위 독버섯 키우는 병영문화


2006년 4월 공군 선임병 2명이 신병에게 물고문·전기고문을 본뜬 가혹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공군 사병들의 가혹행위는 악질적이었다. 이들은 갓 전입한 신병에게 방송 개그 흉내를 강요했다가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전기가 흐르는 전선을 허벅지에 대는가 하면 1.5ℓ나 되는 물을 억지로 마시게 했다. 지난달 10일에는 군 복무 당시 가혹행위 등으로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전역한 이모 상병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범죄인 가혹행위 외에도 군 내에는 특정 병사를 표적으로 삼아 괴롭히는 집단따돌림 행태가 만연해 있다. 지난 6월 동부전선 GOP(일반전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나 2011년 김포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은 병영 내 집단따돌림이 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종을 울렸다. 이런 뒤틀린 병영문화는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같은 독버섯이 자라는 토양이 됐다. 잊을만하면 불거져나오는 병영 내 가혹행위 사건은 국방부가 그동안 전개해온 병영문화 개선 캠페인이 전시용에 불과했음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간부들이 배석한 가운데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한 장관은 “군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한 장관은 이날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를 6일부터 가동하고 이 위원회에 현역 및 전역 병사와 부모 가족은 물론 시민단체 인사까지 참여하도록 해 전군 차원의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 장관은 “현재 군내 소원수리 고충 처리 방식에 추가해 병사들이 고충을 인터넷과 전화 등으로 지휘관은 물론 가족이나 외부에도 알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면서 “간부를 포함한 모든 장병에 대한 인권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관련 부처와 협조해 가해자와 같은 사고 우려자의 입영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현역복무 부적격 처리 절차를 간소화해 처리기간을 단축하는 등 보호관심병사 관리 시스템 개선을 조기에 시행해 병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세계닷컴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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