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부담만 가중” 불만 고조
시민들은 담뱃값 인상이 주 소비층인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회사원 김현오(34)씨는 “흡연자들 대다수가 저소득층, 노인들인데 가격을 올리면 서민들의 애환을 어루만져주는 기호품을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회사원 김문식(45)씨는 “서민들이 피우는 담배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어이없다”며 “흡연자들은 많은 세금을 내면서 설 자리도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담뱃세 인상 부담을 서민층이 대부분 떠안게 된다”며 “국가가 세금을 걷을 때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평과세의 원칙에 명백히 어긋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담뱃값을 올린다고 해서 흡연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회사원 김우일(30)씨는 “1만∼2만원이 오른다면 금연을 생각해보겠지만 2000원 인상으로는 담배를 끊을 생각이 없다”며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은 흡연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성희(51·여·학원강사)씨는 “과거 2000원에서 2500원으로 담뱃값이 올랐을 때도 남편이 계속 담배를 피웠다”며 “담뱃값 인상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홍보나 건강보험, 건강검진 확충을 통해서 실제로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연 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비흡연자인 김보영(31·여)씨는 “담뱃값 인상이 흡연률 감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진 않을지라도 청소년 등 일부에서 조금씩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담뱃값의 급등이 예고되자 흡연자들 사이에서 ‘사재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A편의점에 따르면 지난 10일 하루 동안 담배 판매량이 지난주 같은 날보다 32.9% 늘었다. 통상 담배 판매가 전주보다 1%가량 증감하는 것과 비교하면 유난히 증가 폭이 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서울에서 편의점 두 곳을 운영하는 이승현(39)씨는 “담배가 줄(10갑) 단위로 나가는 것은 두 지점 통틀어 하루 5줄 정도였으나 10일에는 40∼50줄 정도가 판매됐다”며 “몇몇 손님들은 아예 50줄짜리 박스 구매를 문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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