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립 위해 푸틴 편들기·관세폭격
마가·중국몽 격돌, 패권 전쟁 불붙어
韓 안보·경제 충격 단단히 준비해야
“취임 첫날만큼은 독재자가 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언대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명령 78개를 철회하는 1호 명령에 서명하며 임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하루가 아니었다. 그는 약 40일간 무려 80개에 육박하는 명령을 몰아쳤다. 발동요건이 맞지 않거나 기존 법률에 상충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대외정책에서도 기상천외한 발상과 험악한 막말·조롱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다.
트럼프는 10여년 전 “세계화가 미국의 몰락과 중국의 패권시대를 초래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적”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쏟아내는 과격한 주장과 난폭한 정책 곳곳에는 반중 기류가 깔려 있다. 그는 중국이 지배하는 파나마운하를 탈환하겠다며 군사력 사용까지 위협했다. 파나마는 즉각 중국의 대외팽창 정책인 일대일로 사업 탈퇴를 선언했다. 덴마크 정부에 자원의 보고이자 군사적 요충지인 그린란드 매각을 종용하는 것도 중국 견제와 무관치 않다. 아무리 때려도 꺾이지 않는 중국의 굴기에 세계 패권을 위협받는 미국의 다급함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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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은 트럼프가 추구하는 미 우선주의와 ‘마가(MAGA·미국을 위대하게)’의 실상을 드러낸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90분간 전화통화 끝에 종전협상에 합의했다. 이어 국방부 장관을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 보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불허하고 러시아의 점령지 반환도 받아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푸틴은 살인자”라며 안전보장장치를 요청하자 트럼프는 “무례하다”고 면박과 모욕을 줬다.
트럼프의 러시아 편들기에는 그가 그리는 세계 패권구상이 녹아 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때도 중국을 모질게 몰아세우면서 대러 관계에 공을 들였다.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병합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도 트럼프는 2020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푸틴을 초청할 정도였다.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을 고립시키자는 미국판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과거 냉전 시절 미국은 거꾸로 중국과 수교하며 소련을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아 무너뜨렸다.
관세폭격에도 중국을 향한 비수가 가득하다. 트럼프는 불법이민과 마약반입을 빌미 삼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다. 캐나다산, 멕시코산으로 둔갑해 미국에 날아드는 중국의 우회수출을 막겠다는 의도다. 미 재무장관은 관세 시행(4일)이 다가오자 두 나라에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동일하게 적용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달 초 중국에 10% 관세부과에 이어 한 달 만에 10%를 더 얹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산 원유 등 에너지품목에 10∼15%의 보복관세 등으로 추가 반격도 예고한다. 국제정치 무대에서도 미 우선주의가 몰고 온 외교균열과 공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일본, 한국, 인도, 유럽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며 ‘중국이 미국의 대안’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마오쩌둥에 필적하는 절대권력자로 ‘현대판 황제’라 불린다. 시 주석은 공산당과 정부, 군부의 권력을 다 장악하며 종신집권의 길을 걷고 있다. 황제는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다. 시 주석은 얼마 전 민간기업 좌담회에서 “동풍이 서풍에 우세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건국 100년을 맞는 2049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이 되려 한다.
‘마가’와 ‘중국몽’이 격돌하는 패권전쟁의 불길은 거세질 게 틀림없다. 중간에 끼인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안보 근간인 한·미동맹을 활용해 자주국방 역량을 키우고 경제와 산업이 망가지는 걸 막는 게 급선무다. 국가역량을 다 모아도 감당하기 벅찬 과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계엄·탄핵정국 여파로 리더십 붕괴와 국정공백의 늪에 빠져 있다. 정치는 밑도 끝도 없는 정쟁으로 국론분열을 부추기며 국력을 탕진한다. 이러고도 나라의 안위와 번영을 기약할 수 있는 건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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