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처럼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신 해외 앱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폭증하고 있다. 3일 현재 우리나라 텔레그램 사용자는 이미 25만명을 넘어섰다. 앱을 다운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에서 난공불락 같던 ‘카카오톡’을 누르고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기자도 텔레그램을 설치했다. 매일 수십명의 지인이 새로 가입했다는 알림이 울린다. 신규 가입자는 정보기관 관계자부터 군 장성, 무기중개업체 관계자, 경찰 등 보안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국회 보좌관, 시민단체 활동가, 대학생, 직장인 등 다양했다.
텔레그램을 쓰는 한 정부 관계자는 “중요한 대화는 전화나 메신저로 하지 않지만 조심하는 차원에서 앱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개발자 김모(32)씨도 “내 사생활을 누군가 훔쳐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텔레그램을 깔았다”며 “편리하고 좋은 국내 프로그램을 두고 해외 프로그램을 쓰려니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한 보안전문가는 “중동에서는 자국의 수사망을 피해 카카오톡을 쓴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독일이나 미국에서 벌어졌던 도·감청 논란을 감안하면 해외 메신저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경고했다. 자칫 국가 기밀이 외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하루 수천만명이 이용하는 메신저에서 특정인을 실시간 사찰하거나 서버에서 지워진 정보를 되살리기는 기술적으로 어렵다”며 “당장은 불안감으로 해외 메신저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 수도 있지만 사이버 망명으로 고착화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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