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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이주여성, '혼인무효' 선고는 가혹

입력 : 2014-11-17 17:02:35 수정 : 2016-01-06 21: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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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여성이 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데 이어 법원으로부터 '혼인 무효'선고를 받자 여성단체들이 너무 가혹하다며 들고 일어났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전북여성단체연합 등은 17일 오전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취소 판결은 부당한만큼 1심 판결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의 취소를 결정해 이 베트남 여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은 베트남 여성 A(24·여)씨.

지난 2012년 7월 결혼중개업소 소개로 남편 김모(39)씨와 살기 위해 한국에 왔다.

결혼한 지 6개월이 지날 무렵 의붓 시아버지 최모(58)씨가 남편과 시어머니가 없는 틈을 타 A씨를 강제 추행하기 시작했다.

호소할 길 없던 A씨는 결국 시아버지로부터 성폭행 당했다.

친구의 도움으로 A씨는 시아버지를 경찰에 신고, 가해자인 시아버지는 강간죄로 지난해 11월 징역 7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시아버지 성폭력 사건에 관한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8월 남편이 A씨와의 혼인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A씨가 결혼하기 전 베트남에서 결혼과 출산한 사실을 숨겼다는 것.

이에 대해 A씨는 결혼중개업자에게 '결혼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미리 말해 남편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일부러 속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24일 전주지법 가사단독1부(재판장 이유진 판사)는 김씨가 A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 소송에서 혼인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의 결혼과 출산 전력은 혼인 의사를 정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A씨는 김씨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김씨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는 민법 816조 3호 혼인취소 사유인 '사기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김씨의 어머니가 자신에게 결혼 및 출산 전력이 있는지 물었지만 이를 강하게 부인하다가 사건 소송 중에야 사실을 인정한 사실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A씨는 13세이던 2003년 납치·감금·강간 피해를 겪고 임신해 어쩔 수 없이 출산한 사실이 있었다.

여성단체들은 A씨가 2012년 4월 결혼중개업체에게 이를 말했으나 통역을 거치며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남편이 지적 장애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 역시 A씨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면서 "중개업에 의한 국제결혼이 1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 속성으로 이뤄지는 까닭에 중요한 정보들이 제공되지 않는 점은 그동안 여러차례 제기되어 온 문제"라고 했다.

여성단체들은 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해 결혼관계가 끝장난 여성에게 13세 때의 납치와 성폭력, 그로 인한 출산 경험을 따져 물으며 베트남으로 돌려보내자는 것이 1심의 혼인 취소 판결"이라며 "일반적인 사회 통념과 정의로운 법의 정신과도 합치되는 판결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항소심의 선처를 호소했다.

A씨의 혼인소송 관련 항소심은 17일까지 3차례 열렸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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