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발언은 수사 중인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부적절하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이번 파문의 엄중성을 공유한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해온 비대위원 3인방(문재인·박지원·정세균)의 비대위원직 사퇴 시기도 연기하는 등 전열을 다잡았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전날 만남을 ‘매우 부끄럽고 잘못된 만남’이라고 혹평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비대위회의에서 “오늘 조간(세계일보)신문은 청와대 문건이 십상시 모임 참석자의 증언에 의해 작성됐다고 보도했다. 누가 봐도 찌라시가 아닌 대통령기록물 또는 공공기록물임이 분명한데 무슨 찌라시 타령인가”라고 박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이어 “역대 대통령이 순식간에 레임덕으로 가게 된 것도 모두 비선 때문이었다”며 “대통령께서 과감히 읍참마속해야 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당 대표 공식 발언에 ‘레임덕’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위원장은 그동안 현 정부에 대해 ‘최대 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레임덕이라는 말은 피해왔다. 문 위원장은 “만약 그것이 안 된다면 새누리당이라도 지금 당장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특검 논의에 즉각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청와대 비서실 개편 요구도 제기됐다. 정세균 비대위원은 “위기의 진원지가 되었고 또 당사자가 되어버린 청와대 비서실의 전면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비대위원도 “(검찰이) 수사를 발표한들 누가 믿겠는가. 정윤회, 문고리 권력, 그리고 (김기춘) 비서실장을 사퇴시켜야만 검찰 수사는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가세했다.
문재인 비대위원은 박 대통령의 찌라시 발언을 “누워서 침 뱉기”라고 꼬집으면서 “대통령은 진상이 밝혀지기 전에라도 이런 추문이 터져 나온 사실부터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인재근 비대위원은 세계일보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우려하면서 “(압수수색을) 강행한다면 언론탄압이 박근혜정부의 정체성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치연합은 당분간 대여 공세에 집중하기 위해 비대위원의 전대 출마를 위한 사퇴시기를 17일 이후로 미뤘다. 한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위중함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인식을 함께했다”며 “비대위원들이 사퇴하면 이슈가 분산되기 때문에 당분간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에 당력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약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사건이야말로 특별검사가 (수사) 해야 할 전형적인 케이스(사례)”라며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도 진실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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