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긴축서 확대로 전환
환율·자본유출 관리도 급선무
AI 등 신산업 경쟁력 확보를
한국경제는 경제위기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중국의 추격으로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전자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동안 흑자를 유지해 오던 대중국 무역수지는 적자로 전환되었으며 전체 무역수지도 2022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주력산업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일자리 감소로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재무구조 악화로 구조조정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내년 성장률은 1%대로 하락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대외적 여건도 만만치 않다. 외환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로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으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정책으로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악화도 우려된다.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먼저 정치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이전부터 여소야대 국회와 정쟁으로 정치 함정에 빠져 있었다. 집권을 위한 포퓰리즘이 만연해 있었으며 경제정책을 집권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제의 정치화가 진전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정치적 혼란이 격화되면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성장률을 둔화가 예상되며 주가와 주택가격 버블 붕괴도 우려된다. 정치권은 경제위기가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당파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해 지금의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거시경제정책의 기조 전환도 필요하다. 그동안 정책당국은 경기 회복보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정책의 초점을 두어왔다. 인플레이션과 가계부채를 줄이고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고금리, 긴축재정정책을 운용해 왔으며 그 결과 내수 침체가 심화되고 금융 부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대미국 수출이 감소할 경우 추가적인 성장률 둔화로 한국경제는 금융위기나 외환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수출 감소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 정책당국은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확대로 전환해 경제정책의 초점을 내수경기 진작에 둘 필요가 있다.
AI(인공지능) 등 신산업 육성에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경제가 작금의 위기에 직면한 것은 정치적 혼란 외에도 중국의 추격으로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데에 있다. 일자리 감소와 청년실업 증가, 그리고 내수 침체와 가계부채 증가 모두 산업경쟁력 약화와 연관이 있다. 중국의 추격으로 한국 또한 일본의 20년 장기침체 경험을 답습할 것이 우려되었으나 신산업의 등장으로 활로가 보이고 있다. AI와 반도체, 전기자동차 등 신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앞으로 20년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중국 또한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정부 보조금을 늘리고 전문인력 확보에 총력을 다하는 등 신산업 육성에 올인하고 있다. 전략산업의 경우 산업의 육성단계에서는 정부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반도체, AI 등 신산업 육성에 관한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율과 자본 유출 등 대외부문을 안정시켜 외환위기의 위험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경제가 그동안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겪지 않았던 것은 경상수지 흑자로 대외신인도가 높게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혼란과 국가안보 불안이 커질수록 대외신인도가 낮아지면서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으로 경제는 위기의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익명거래가 허용되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를 통해 내국인의 불법적인 자본 유출이 늘어날 경우 한국경제는 국부 유출로 쉽게 무너질 것이 우려된다. 정책당국과 정치권은 대외신인도 유지에 총력을 다해 환율과 자본 유출을 관리해 한국경제를 위기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급속한 성장을 해왔으나 최근 들어 저성장과 정치적 혼란으로 위기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책당국은 어렵게 발전한 우리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올바른 정책선택을 하고 정치권은 여야 간의 협력으로 정치 혼란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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