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마리 훈련에 혼자 들어가 참변
8일부터 휴장… 관람객은 없어 12일 서울 광진구 능동의 어린이대공원 맹수마을에서 사육사 김모(53)씨가 사자에 물려 숨졌다.
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동료직원 A씨는 이날 오후 2시 25분쯤 시설 점검차 맹수마을 사자 방사장에 들렀다가 온몸을 물린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김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1시간여 만에 숨졌다. 어린이대공원에서 동물 공격으로 인한 사육사 사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린이대공원은 인근 중랑천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인돼 8일부터 휴장 중이어서 관람객은 없었다.
발견 당시 김씨 곁에는 암수 사자 한 쌍이 있었다. 사자가 갇혀 있어야 할 내실 4개 중 한 개의 문이 활짝 열린 상태였다.
김씨를 처음 발견한 동료는 “방사장에서 김씨가 하의가 벗겨진 채 엎드려 있었고 그 주변을 암수 사자 한 쌍이 어슬렁거렸다”며 “발견 즉시 코끼리 사육을 맡은 동료직원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김씨를 공격한 사자는 2006년생 수컷과 2010년생 암컷으로, 두 마리 모두 어린이대공원에서 자체 번식한 종이다.
김씨는 이날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변을 당했다. 이 프로그램은 방사장에 둔 먹이가 든 종이 동물 모형을 사자가 찢고서 먹이를 먹게 하는 훈련으로 동물의 공격성을 강화하려는 목표로 기획됐다.
사자 우리에는 사육사가 평소 2명씩 근무한다. 이날은 다른 근무자가 쉬는 날이어서 김씨 혼자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동물원 사육사 경력 20년차인 김씨는 어린이대공원 맹수 사육사로 3년간 일했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사자가 있던 우리를 폐쇄하고 사자를 격리조치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모든 지원을 다하고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1973년 개원한 어린이대공원은 2006년부터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앞서 2013년 11월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우리를 탈출하려던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 중태에 빠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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