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방한해 청와대를 예방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한·미·중의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한 사드문제는 군사·외교 사안이 겹쳐 해법이 난해한 고차방정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22일 통화에서 “(사드는) 북핵 방어용 외 미·중 간 전략무기 대결이라는 더 큰 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는 미국 세계전략인 MD(미사일방어체계) 편입을 의미하므로 중국으로선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최근 ‘3NO(No request·No consultation·No decision, 요청이 없기에 협의도 없고 결정된 바도 없다)’의 기본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도 일절 언급한 적이 없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더 이상 결단을 미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략적 모호성에 따른 부담과 비용이 커지고 있어서다. 사드 배치 부지를 실사하는 등 미국 움직임은 집요해지고 한·미 당국 간 엇박자 행보는 부쩍 잦아지고 있다. 미군 당국은 이날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의 26일 방한 시 사드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는 즉각 “공식의제엔 없다”고 반박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가운데)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1일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가진 만찬에서 건배한 뒤 와인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
사드와 달리 AIIB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AIIB에 동맹국 가입을 반대해왔던 미국이 “각 주권국이 판단할 문제”라며 입장을 선회하면서다. 우리 정부는 유보적 태도를 고수했으나 최근 가입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청와대는 그러나 지난 18일 “결정된 바가 없다”고 거리를 뒀다. AIIB가 자칫 사드 등 안보 현안과 엮여 한·미 동맹 균열 등으로 번질 경우 실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권 일각에선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AIIB에 대한 대응 전략은 사드가 아닌 TPP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영국 등 미국 동맹국의 AIIB 참가로 부담을 덜게 된 정부가 TPP 참여로 미국을 달래고 사드에 대해선 추진 여부를 은밀히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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