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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北 SLBM에 핵잠수함 보유론 '꿈틀', 정말 필요할까

입력 : 2015-05-13 13:28:41 수정 : 2015-05-13 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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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급 잠수함(자료사진)

지난 9일 북한이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 사출시험에 성공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대응 전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잠수함은 수중에서 은밀하게 침투해 공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이기 때문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위협이 된다. 여기에 탄도미사일을 장착하면 적 영해에 침투하지 않고도 공격이 가능하다.

때문에 북한이 새로 개발한 ‘신포급’(2000t급)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이 기지를 출항할 때부터 장기간 추적이 가능한 핵잠수함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현재 전력만으로는 대응 불가, 핵잠수함 건조해야”

북한의 SLBM 위협이 커지자 군 당국은 홍상어, 청상어 등 어뢰와 폭뢰, 이지스함, 해상초계기 등으로 구성된 ‘수중 킬 체인’을 구축하는 한편 대잠수함 훈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이 기지를 떠나 잠항하면 공해는 물론 우리 영해로 침입해도 탐지가 어렵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동해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으로 수중 환경이 매우 열악한 해역이다. 정찰위성, 이지스함, 해상초계기 등 모든 대잠 전력을 동원해도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동해는 각국 잠수함들에게 ‘천국’이나 다름없다.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의 디젤 잠수함은 전력생산에 필요한 공기를 공급받기 위해 정기적으로 부상해야 한다. 해군의 1200/1800t급 잠수함과 3000t급 차기 잠수함 모두 디젤이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공격핵잠수함.


하지만 핵잠수함은 원자로를 가동해 전력을 무제한 공급할 수 있다.

특히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우라늄 농축이 20%까지 가능하게 되면서 핵잠수함의 동력원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프랑스 핵잠수함은 우라늄 농축이 20% 수준이라는 점에서 불가능하지는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변국들 역시 핵잠수함 보유에 적극적이다.

미국은 72척의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사거리 8000㎞ 이상인 ‘JL-2’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진급 전략 핵잠수함을 배치했다. 중국은 신형 디젤잠수함과 핵잠수함 등 65~70척 규모의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64척의 잠수함을 보유한 러시아는 2013년 1만9400t급 보레이급 전략 핵잠수함 2척을 건조해 태평양함대에 1척을 배치하고, 지난해에 1척을 추가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해군은 지난 2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잠수함 사령부를 지난 2월 창설했다. 2020년대에는 사거리 1500km의 해성-3 순항미사일을 수직발사관에 탑재한 3000t급 잠수함을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북한의 SLBM 전력화에 대비해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北 SLBM 위협 과장, 현재 전력 보완해도 충분”

이에 대해 군 당국은 “핵잠수함 도입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핵잠수함 건조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2020년대 확보할 3000t급 잠수함은 30일 정도 물 밑에서 작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핵잠수함을 갖추려면 아주 콤팩트하고 잘 만들어진 원자로와 80~90% 수준의 우라늄 농축이 필요하다”며 “그 정도로 하려면 국제적으로 투명성을 갖춰야 하며 전략적으로 ‘우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군 관계자도 “3000t급 디젤잠수함 건조도 상당한 모험이라 기술적으로 철저히 검증을 해가며 작업하는 상황에서 핵잠수함을 만드는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잠수함 건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도 문제다. 1991년 미국이 시울프급 핵잠수함을 건조하려 했을 때 척당 비용은 당시 화폐가치로 28억달러(3조3600억원)에 달했다. 우리 해군이 2020년대 도입할 3000t급 잠수함 역시 2척 기준으로 15억5000만달러(1조9000억원) 수준이다. 개발 시점에서는 비용이 상승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때문에 3000t급 잠수함 건조를 통해 핵심 기술과 관련 산업 인프라를 구축한 다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핵잠수함 보유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북한이 지난 8일 함경남도 신포 앞 동해상에서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 바다 속에서 공중으로 솟아오른 이 미사일은 모의탄도탄(더미탄)으로 150여m를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9일 노동신문을 통해 이 탄도탄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했는데, 동체에는 ‘북극성-1’이란 붉은색 글씨가 적혀 있다. 한·미 군당국은 지난해 북한이 지상에서 모의탄도탄 사출시험을 할 때 이를 ‘KN-11’로 명명했다.


북한의 SLBM 위협이 과장됐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군 관계자는 “신포급 잠수함에 SLBM을 탑재하려면 최소 4~5년은 걸릴 것”이라며 현재 계획을 보완해도 충분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 군사문제에 정통한 조지프 버뮤데즈 ‘올소스 애널리시스’ 선임분석관은 13일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 콜(화상회견)에서 “북한 언론이 공개한 사진자료를 보면 마치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것 같지만, 수심 몇 m 아래에 놓인 바지선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시험에 탄도미사일의 종류에 대해서는 “미사일을 운반하는 컨테이너의 규모를 감안해볼 때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인 무수단 또는 노동보다 훨씬 짧은 사거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신포급 잠수함을 추가 건조하려는 움직임은 없다”며 “기존 전력을 잘 활용하고 유사시 한미 연합자산을 동원하면 북한의 SLBM 위협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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