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이어(Gap year)’는 ‘쉬는 해’ 라는 뜻으로,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봉사·여행·교육 등을 통해 자신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이다. 1960년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1년간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등장한 개념으로, 아일랜드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에서 제도화됐을 정도로 해외에서는 꽤 보편적인 프로그램이다. 한국갭이어는 2012년부터 청년들의 ‘휴식’을 돕고 있다. 현재 연간 1000여명이 한국갭이어에서 컨설팅을 받는다.
안시준 한국갭이어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동작구 사무실에서 ‘갭이어(Gap year)’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문 기자 |
한국갭이어에서는 ‘그리스 시니어 복지케어 인턴십’, ‘프랑스 파리 가죽공예 인턴십’,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탱고와 스페인어 배우기’ 등 인턴십·교육 프로그램부터 ‘아르헨티나 고래관찰대’, ‘하버드생과 함께하는 우간다 깨끗한 물 만들기’ 등 봉사활동까지 총 200개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저 낯선 도시에서 살아보는 프로그램도 있고, 부산 혹은 전주 등에서 살아보는 국내 프로그램도 많다. 모두 한국갭이어가 발굴·기획한 것들이다. 안 대표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현장에 찾아가 관계자를 만나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는데 외국에서 반응이 좋다”며 “‘한국 청년들이 고등학생때 하루에 16시간씩 공부를 하고 단 한번의 수능으로 서열화된 대학에 입학해 직업을 선택한다’고 하면 대부분 굉장히 안타까워하면서 60% 정도는 같이 해보자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한국 청년들이 슬픈 삶을 살고 있다는 게 아니겠냐”며 “한국 사회는 청년들을 너무 몰아간다. 다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사회”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갭이어의 활동가는 10여명.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소정의 교육비를 받아 사회적 기업 형태로 운영 하고 있지만 투자가 잘 되지 않아 운영이 쉽지많은 않다. 그러나 활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참가자들의 인생이 변하는 것이 바로 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프로그램을 끝내고 돌아온 이들의 얼굴이 행복하게 변한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차다”며 “어떤 이들은 본격적인 프로그램 전 컨설팅을 받은 것 만으로도 표정이 바뀐다. 그걸 볼때면 나 역시 행복해진다”며 웃었다.
그의 꿈은 갭이어를 한국의 보편적인 문화로 만드는 것이다. 안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계속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싶은데, 내가 행복할 때는 ‘다른 이들이 행복하게 변하는 모습을 볼때’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갭이어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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