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朴대통령 '정치권과의 전쟁' 초강수 배경은

입력 : 2015-06-25 18:44:46 수정 : 2015-06-26 00:56:42

인쇄 메일 url 공유 - +

정국 경색 등 ‘후폭풍’ 부담에도… 조기 레임덕 차단 승부수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사진기자단
정치권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쌓이고 쌓인 불만이 폭발했다. 박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야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를 겨냥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기 정치를 한다”며 작심한 듯 경고와 함께 질책을 쏟아냈다. 국정 동반자 격인 여당 원내지도부를 사실상 불신임한 것이다. 야당에 대해선 정부 흔들기를 개탄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는 정국 경색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국정 장악과 권력 누수 차단을 위해 남은 임기를 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 3년차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지고 지지부진한 상황을 ‘정치권과의 전쟁’이라는 초강경 대응과 ‘대국민 직접 정치’를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다. 위기 때마다 강수를 던지며 국면을 전환하는 특유의 통치 스타일이 또다시 발휘된 것이다.

그런 만큼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충격적일 만큼 수위가 높았다. ‘배신의 정치’, ‘패권주의’, ‘줄세우기 정치’ 등 취임 후 최고로 강한 표현을 동원해 정치권 행태를 성토했다. 국무회의 모두발언 16분 중 12분 정도를 정치권 비판에 할애했고 목소리 톤도 평소보다 3배 이상 컸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박 대통령이 결의에 찬 단호한 목소리로 정치권을 질타해 전체적인 분위기는 숙연하고 진지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황교안 국무총리(왼쪽), 이병기 비서실장과 함께 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및 민생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것이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에서 비롯한다고 보고 있다. “기가 막힌 사유들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을 열거하는 것이 국무회의 주요 의제가 돼버린 현실 정치가 난감할 따름”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박 대통령은 “내년 총선까지도 통과시켜주지 않고 가짜 민생법안이라는 껍질을 씌워 끌고 갈 것인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여당과 원내지도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와 불신감도 여과 없이 표출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당 대표 및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선거를 언급하며 “저도 결국 그렇게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도덕적 공허함만 남아있다”, “정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들뿐이고 선거에서 잘 선택해야 새로운 정치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새누리당이 ‘집권’만 하려 하지 ‘여당’이기는 포기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 들어 당·청 관계는 살얼음판을 걸어 왔다. 유승민 체제가 출범한 후 증세·복지 논쟁은 물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공론화 논란 등으로 갈등이 빚어졌다.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연계된 국회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는 진실 공방까지 벌어졌다. 결국 박 대통령이 그동안 원내지도부에 대해 지녔던 불신과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

청와대는 일단 여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지 않기로 당론을 확정한 것에 대해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자동폐기 수순을 밟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에 대해선 복잡한 기류가 감지된다. 유 원내대표가 당·청 관계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한 만큼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 아쉽다”는 날 선 반응도 나와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블랙핑크 지수 '여신이 따로 없네'
  • 블랙핑크 지수 '여신이 따로 없네'
  • 김혜수 '눈부신 미모'
  • 유인영 '섹시하게'
  • 박보영 '인간 비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