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교사지도서가 더 좌파적” 엄호
文 “베트남도 검인정으로 바뀌어가”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5자 회동에서 정국 최대 현안인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먼저 거론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작심한 듯 국정화를 비판하고 중단을 요청하자 박 대통령이 적극 반박에 나섰다. 이 때문에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대화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 속에 진행됐다. 별도로 발언 순서를 정하기보다 대화 중 상대의 말을 자르고 설득하기 위해 개입하는 식이었다.
박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됐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한 뒤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르고 자랑스런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며 국정화 추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작심한 듯 현 검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근·현대사 집필진이 특정 이념·인맥으로 구성돼 있다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족문제연구소를 지목했다. 이어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의 80%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특정인맥으로 연결돼 7종의 검정 역사교과서를 돌려막기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7종 검정 교과서를 “결국은 하나의 좌편향 교과서”라고 지칭하며 “따라서 국정교과서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이고 북한이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서술돼 있다”며 “동북아 정세를 우리가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역사교육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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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또 “6·25 전쟁에 관해 남과 북의 공동 책임을 저술한 내용을 봤다”며 “우리 역사를 스스로 비하하는, 자신감을 읽게 만드는 역사서술,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인하고 책을 읽어보면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끔 기술돼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부끄러운 역사로 보이는 게 어떤 부분인가”라고 반문하자 “전체 책을 다 보면 알 수 있다”고 받아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교과서 집필진 중) 약 90% 이상이 좌파 학자들로 구성된 것이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 “6·25 전쟁의 책임이 남북 모두에게 있는 것으로 기술하고 집필진이 구성도 안 됐는데 친일 미화라고 어떻게 얘기하느냐. 교사들의 지도서가 교과서보다 더 좌파적”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문 대표를 바라보며 “(친일·독재 교과서라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정말 많이 참았는데 이제 그만 하시라”고 따지기도 했다.
문 대표는 “대표적인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도 국정교과서에서 검인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반격했다. 모두발언에서도 “세계적으로도 정상적으로 발전된 나라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하지 않는다”며 “국제사회의 상식이 반대하고 유엔도 반대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교학사 교과서와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의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근현대사 기술의 문제점을 나열했고 검정 교과서에서 6·25 전쟁이 남침으로 표현된 점을 들어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원내대표도 “국정교과서는 헌법 정신을 거스르고 역사 윤리를 실추시키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는 국정화에 따른 예산 44억원을 예비비로 편성한 것에 대해 “국회 의회주의의 본질을 침해하고 있고 예비비 심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결국 여야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쳐 전혀 공통분모를 찾지 못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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